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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여인숙 생활자 67% 가족과 단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3. 09:12


쪽방·여인숙 생활자 67% 가족과 단절
황경상기자

ㆍ한국 도시연구소 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
ㆍ노숙인의 3~5배 달해…사회안전망 절실

쪽방·만화방·여인숙 등을 전전하는 ‘비주택 거주민’ 수가 거리 노숙인의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족관계가 단절된 채 대부분 홀로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추모제… 12명 연행 빈곤사회연대 등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 추모제를 열고 있다. 김창길기자
22일 한국도시연구소가 전국 4곳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역 부근에서 추정된 비주택 거주민은 1508명으로 이곳의 거리 노숙인 추정치 447명보다 3.4배 많았다. 영등포역 주변에서는 비주택 거주민(1329명)이 거리 노숙인(243명)의 6.5배에 달했다. 대전역은 200명 대 63명, 대구역은 252명 대 214명으로 역시 비주택 거주민이 거리 노숙인보다 많았다.

연구소가 비주택 거주민 20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5.4%가 혼자 살고 있었고, 67.1%는 한 달에 한 번도 가족과 연락하지 않는 등 가족관계가 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가 63.8%를 차지했다. 장애인도 26%에 달해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4.5%)의 6배에 달했다. 41.5%는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었고 일을 하는 사람은 절반(52%)이 넘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 중 50.1%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라고 밝혔고 평균 소득은 60만원이었다. 빚을 지고 있다고 답한 100명 중 75명이 금융채무 불이행자였다.

만화방·PC방 등에서 1년 이상 생활해 온 사람들도 20% 가까이 됐다. 비주택 생활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화방·PC방 등에 이어 다방·기원 등도 새로운 숙박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화방·PC방 등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연령 41.38세로 전체 평균(52.09세)보다 젊고, 학력 수준도 전문대졸 이상이 38.9%로 다른 집단보다 높았다.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을 숙박장소로 활용하는 인구는 계속 느는 추세”라며 “도시연구소의 자료를 제외하면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서종균 책임연구원은 “국가가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비주택 거주민과 같은 주거 소외계층을 우선시하는 주택정책을 펴야 한다”며 “노숙인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22일 오후 1시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노숙인 추모제’가 열렸다. 1년 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을 기해 열리는 행사로 올해가 아홉번째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서울지역만 해도 1999년 103명의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었고 2005년에는 307명으로 사망자가 늘었다”며 “노숙인 쉼터도 99년보다 3분의 1로 줄었고 의료지원도 감소하는 등 노숙인 관련 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제에서 오후 8시쯤 촛불을 켜고 ‘정권 규탄’ 구호가 나오자 경찰은 “5월 이후 서울에서 촛불을 밝힌 적이 없다. 촛불을 끄라”고 경고한 뒤 노숙인 12명을 불법집회 혐의로 연행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