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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과 쫓겨나는 농민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1. 11:45


“4대강과 쫓겨나는 농민 “


경북 고령군 낙동강변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김태수씨(52·개진면 구곡1리)에게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낙동강 건너 달성군의 한 고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딸이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대견한지….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어떻게 뒷바라지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내년부터 여섯 식구의 생계가 걸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형편이라….”

김태수씨가 대구 달성보 공사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김씨 뒤쪽에 ‘경작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인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아들과 대학에 다니다 군에 간 큰아들은 또 어떻게 키우고 공부시킬지 막막하기만 하다. 김씨는 부인(44), 어머니(75)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하천부지 2만6400㎡와 남의 땅 1만6500㎡에서 감자·단무지용 무·수박·벼 등을 재배해왔다. 김씨는 1993년부터 점용 허가를 갱신해가며 현재의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지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06년 토취장으로 쓴다며 허가를 취소했지만 정작 토취장으로 사용하지 않아 계속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던 7월쯤 마을 앞 하천부지 등에 걸린 ‘경작 금지’ 팻말과 현수막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농토에서 쫓겨날 처지’란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하천부지에서 ‘쫓겨나게 되면’ 김씨에게 남는 건 연간 1000만원 수입도 안되는 소작이 전부다. 트랙터·감자 수확기 등 6000여만원어치의 농기계도 ‘무용지물’이 될 형편이다. 농사지으며 진 빚도 만만찮다.

고령군 전체 8개 읍·면 가운데 개진·다산·우곡·성산면 등 4개 면에서 농민들이 낙동강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점용 허가를 받은 388개 농가가 230㏊, 허가를 받지 않은 400여개 농가가 350㏊씩 경작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먹고 살 대책이 없어진 것은 점용 허가를 받은 농민도 마찬가지다.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는 다른 농지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4대강 사업을 본격화하자 고령지역에서도 각 면 별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김씨뿐 아니라 김씨의 노모도 잇달아 열리는 집회에 참석했다.

“평생 농성이니 집회니 이런 것들을 모르고 살아온 어머니였는데…. 어머니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집회에서 ‘우리 아들 불쌍하다’고 외쳤겠습니까.”

노모는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달성보 기공식 행사장 건너편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재 김씨의 농지에서 7~8㎞ 떨어진 상류에서 대구 달성보 가물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에는 김씨의 농지 등 하천부지에도 정지작업이 이뤄지고 자전거 도로 등이 만들어 진다. 땀흘려 일군 옥토가 포클레인 등 중장비에 의해 파헤쳐지게 될 내년이 두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수십조원을 투입해 2012년까지 보 설치, 중소 댐·홍수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을 추진 중이다. 최근 국회에서 4대강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첨예한 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함안보 유역의 침수가 우려돼 농사짓기 어려워지고, 한강유역에선 유기농을 짓는 농민들이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는 보도를 접하는데요. 같은 농사꾼으로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김씨는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정부가 왜 이렇게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