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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보는 아내와 손잡고 80대 ‘산타 부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15. 10:28


앞 못 보는 아내와 손잡고 80대 ‘산타 부부’ 과자 선물

ㆍ고양 홍현봉 할아버지 ‘성탄절 사랑’ 화제

14일 오후 경기 고양시청 현관 앞.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노부부가 서로 손을 꼭잡고 힘겹게 걸음을 내디뎠다. 할아버지는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겨우 앞으로 나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 손에는 작은 비닐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봉투 안에는 동네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 몇 봉지가 담겨 있었다.

홍현봉 할아버지(82)와 이다순 할머니(84). 부부는 10년 가까이 성탄절이 다가오면 시청·파출소·소방서 등 관공서내 민원 관련 부서와 보육원·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 등을 찾아다니며 과자를 선물한다. 부부는 자신들만의 이 행사를 위해 1년 동안 용돈을 조금씩 모아둔다. 매년 과자를 사는 데 쓰는 돈은 수십만원. 올해는 과자 1000여봉지를 샀다.


“어릴 때 할아버지·할머니가 주는 과자가 굉장히 맛있었어요. 그 기억이 삼삼해서 우리도 손주들에게 주듯 과자를 선물하고 있지요.”

이날 부부는 매월 발간되는 ‘고양소식지’를 무료로 보내주는 시청 담당부서를 찾았다. 그리곤 포장하지 않은 과자 몇 개를 직원에게 선물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부부가 소식지를 늘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러 왔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원로목사인 홍 할아버지는 1998년 은퇴한 이후 자신이 개척한 교회는 아들에게 맡겼다. 요즘엔 주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고양 원당에서 생활하는 노부부는 외출할 때면 꼭 손을 잡고 나선다. 그래서 동네에서는 ‘잉꼬부부’로 통한다. 홍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정작 손을 잡지 않으면 부부는 동행이 어렵다.

이다순 할머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홍 할아버지가 53년부터 충남 당진에서 목회를 시작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렵자 이 할머니는 과일행상과 생선·야채가게를 꾸려가며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모셨다. 그 즈음 녹내장이 발병했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지금은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홍 할아버지 역시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다.

“언제나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산다”는 노부부에겐 잉꼬부부의 원칙이 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서로 숨기지 않으며, 화를 간직한 채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노부부가 가장 소중하게 지키오는 약속은 ‘처음 간직했던 사랑을 잃지 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