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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조 선진공여국 클럽' 가입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26. 08:51


한국 '원조 선진공여국 클럽' 가입

OECD산하, 개도국 첫 사례…
'한국형 원조모델' 만들어야

한국이 선진국 원조공여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DAC)의 정식 회원국이 됐다. DAC는 25일 저녁(현지 시각) 파리 OECD 본부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한국의 DAC 가입을 의결했다. DAC는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 내 30개 회원국 중에서도 대외 원조액이 많은 미국·일본·유럽 각국 등 23개국(EU 포함)만 가입한 '알짜배기' 선진국 모임이다.

◆10년 만의 DAC 신규회원국으로

우리나라의 DAC 가입은 국제사회의 원조사(史)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줄곧 원조대상국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 명단에서 졸업했다. 이후 14년 만에 원조공여국 그룹에 가입하게 됐다. 6·25전쟁 직후 절대빈국의 상태에서 국제원조로 연명하던 나라가 실질적 원조공여국으로 전환한, 한마디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것이다. 에크하르트 도이처(Deutscher) DAC 의장이 이날 “국제사회의 원조를 밑거름으로 경제 기적을 이뤄낸 한국의 DAC 가입은 모범적 성공스토리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치하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DAC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OECD 산하에 설립된 위원회로, 공적개발원조(ODA) 총액이 1억달러 이상이거나 국민순소득(GNI) 대비 0.2%를 넘는 조건을 충족해야 가입할 수 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으나 그동안 산하 25개 위원회 가운데 DAC에만 참가하지 못했었다. OECD 회원 30개국 가운데 DAC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뿐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DAC가 신규회원국을 받아들인 것은 1999년 그리스에 이어 10년 만으로,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총 8억달러의 대외원조(국민총소득의 0.09% 수준)를 제공했다. DAC 회원 평균치(국민총소득의 0.3%)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DAC에 가입한다고 해서 당장 대외원조 규모를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외원조 현황 보고서를 매년 DAC에 제출하고 대외원조액의 국제 목표비율(국민총소득의 0.7%)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국민순소득 대비 ODA 비율을 0.25%로 올리고 무상원조·비구속성 원조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는 수원국(受援國)에 부담이 되는 유상원조·구속성원조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DAC 가입에 부정적인 기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DAC는 우리의 지속적인 ODA 양적(量的)·질적(質的) 개선 목표를 높이 평가해 가입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GNI 대비 ODA 비율 0.25%라면 적지 않은 규모다. 2005년 한국의 ODA 지출은 7억5200만달러로 처음으로 GNI의 0.1%를 넘어섰다. 소득대비 비율자체가 2.5배로 늘어나고, 2015년 한국의 GNI도 10년 동안 증가될 것인 만큼 전체 원조 지출액은 3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ODA모델 만들어야“

외교부 당국자는 “원조 선진국이 됐다는 뿌듯함은 동시에 그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 커졌다는 부담감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직 우리나라 원조의 규모가 원조 최선진국들에 비하면 크게 모자라기 때문에 향후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나라는 '개도국의 경험'이 있는 유일한 공여국이라는 차별성을 살려 '한국형 ODA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조 규모는 작아도 한국이 일궈낸 정치·경제적 성공의 노하우(know-how)와 그런 노하우로 나라를 이끌어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경제국가로 한국을 올려놓은 국가차원의 비전을 수원국들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23~25일 열린 한·아프리카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개도국 인사들도 한결같이 “한국의 발전 노하우를 전수받는 데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