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시각장애인 ‘눈’이 될 안내견 훈련 뿌듯”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5. 20:41


“시각장애인 ‘눈’이 될 안내견 훈련 뿌듯”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자신의 집에서 안내견을 기르는 봉사천사 조소현 양이 안내견인 레트리버종 ‘잔디’를 데리고 웃고 있다. 복합 난치성 희귀약시인 소현이는 자신보다 더 불편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안내견을 기르고 있다.

“나도 잘 보이지 않을 때면 답답한데 시각장애인 분들은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우리 집을 거쳐 간 안내견들이 그런 분들의 눈이 되어준다는 게 아주 뿌듯해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청솔중학교 1학년 조소현 양(13)은 자신과 거의 덩치가 비슷한 안내견인 레트리버종 ‘잔디’를 능숙하게 앉혔다. 옷에 묻은 긴 털들도 쓱쓱 야무지게 털어냈다. 소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안내견 학교’ 후보생 강아지 등을 돌봐온 ‘퍼피워킹(시각장애인을 도울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는 프로그램)’ 베테랑이다. 소현이네 집을 거쳐 안내견훈련학교에 입학한 강아지가 총 20마리 가까이 된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뭐든 척척 해내는 소현이지만 사실 복합 난치성 희귀약시 탓에 안경을 쓰고서야 시력검사표의 첫 줄을 겨우 읽는다.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친구들의 놀림에 한때 상처도 받았던 소현이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는 부모님의 말에 용기를 얻어 시작한 일이 바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안내견 자원봉사다.

배변도 못 가리는 작은 강아지를 데려와 안내견훈련학교에 입학이 가능한 수준까지 돌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을 때면 하루에 30번씩 변을 치워야 했죠.” 하지만 그런 훈련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 ‘멀쩡한 사람이 송아지만 한 강아지를 끌고 다닌다’는 눈총 때문에 힘들었다. 어떨 때는 욕을 듣거나 쫓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소현이가 악착같이 ‘안내견 동생’들과 동행한 결과, 이제 절대 안내견이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던 몇몇 마트와 식당들도 문을 활짝 열었다. “장애인이 데려오는 안내견이면 몰라도 자원봉사자 안내견은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안내견이 마트같이 낯선 곳에 처음 가서는 제대로 시각장애인 분들을 안내할 수 없어서 미리 자원봉사자와의 훈련이 필요한 건데 말이죠. 이런 배경을 잘 설명해 드리니까 몇몇 분은 제 말을 받아들여 주셨어요.”

소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가 안내견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봉사의 정신을 배웠다. 지난해 11월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가발 만들기에 써달라며 기증했다. 요즘은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주기 위한 책을 모으고 있다. 소현이의 최종 목표는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소현이의 이런 진심이 통한 걸까. 19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서강대와 샤프전자가 주최한 제3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소현이의 봉사수기는 중등부문 최우수작(총장상)에 선정됐다. 14일 시상식에서 상금 200만 원을 받은 소현이는 상금을 어떤 곳에 기부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