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국은 세계적 인터넷 업체들의 '무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4. 13:19


한국은 세계적 인터넷 업체들의 '무덤'?

가상현실서비스 '세컨드 라이프'도 국내서 철수
외국社 서비스 완성도… 한국 업체보다 떨어져
국내 사용자들 외면…
브랜드 인지도만 믿고 토착화 노력 게을리해
세계 최대의 가상현실 사이트인 '세컨드 라이프'는 최근 한국 서비스를 접었다. 세컨드 라이프는 3차원 영상을 통해 인터넷 상에 현실과 유사한 가상 세계를 구현해 놓은 것.

사용자들은 자신의 온라인 분신(아바타)을 내세워 이 가상공간에서 또 다른 생활을 한다. 세컨드 라이프는 미국·유럽에서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으며 2년 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힘 한번 못 쓰고 퇴각했다.

글로벌 미디어재벌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투자한 세계적인 인터넷 모임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도 한국에서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올해 초 철수했다. 마이스페이스는 세계 26개국에서 2억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망신만 톡톡히 당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을 자랑하는 구글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굴욕'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검색 점유율이 60%를 넘는 '수퍼 공룡'이지만 한국에서는 검색 점유율이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검색 광고 대행권을 경쟁업체인 야후 계열의 오버추어에 넘겨주는 수모를 당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휴대폰), 소니·월풀(가전) 등 해외 전자업체들이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기를 못 쓰는 것처럼 인터넷 분야에서도 한국은 해외 업체들에 '난공불락'의 무덤 같은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새롭지 않은 해외 서비스, 국내 인터넷 사이트 못 당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해외 인터넷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 실패하는 큰 요인은 이들 서비스가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마이스페이스 같은 인터넷 친구 찾기 서비스의 경우, 한국에서는 이미 1999년에 유사한 '아이러브스쿨' 사이트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어 '싸이월드'가 등장해 2400만명의 회원을 모으며 현재 국내 인터넷 모임 사이트에서는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 서비스가 가상 공간에서 사용하는 아바타(인터넷공간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도 국내 인터넷 모임사이트들이 10년 전쯤부터 사용해왔던 것.

엔씨소프트 황순현 상무는 “해외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아바타의 그래픽 수준도 한국 온라인 게임의 그래픽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며 “그런 정도 서비스로는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검색 사이트의 경우, 서비스의 완성도에서 한국이 훨씬 앞선다. 구글 사이트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들이 다소 무질서하게 나타나는 반면,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찾는 콘텐츠를 이미지·동영상·뉴스·블로그 등 카테고리별로 깔끔하게 재구성해 보여준다.

네이버는 검색 외에 뉴스·쇼핑·날씨·사전·블로그·UCC(사용자제작 동영상)·지식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네이버에서는 마치 대형 쇼핑몰에 온 것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입맛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네이버는 이처럼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400명의 모니터요원을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심혈을 쏟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주용완 박사는 “네이버는 지난 10여년 동안 엄청난 콘텐츠를 축적해둔 상태“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구글로서는 특정 국가에서 도저히 네이버같이 편리한 서비스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서비스, 현지화 실패도 한몫

해외 인터넷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현지화에 실패한 것도 중요 요인이다. 자신들의 브랜드만 과신하고 한국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투자와 노력은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스페이스 등 국내 상륙에 실패한 해외 사이트들은 영어 사이트를 한국어로 번역만 한 정도이지 한국 사용자들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는 거의 전무(全無)했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원칙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어설프게 고집하다가 한국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거부감만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구글이 한국 정부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 방침을 거부했다가 정부와 여론의 비난을 산 게 대표적이다.

올해 4월 정부가 인터넷에서 댓글이나 게시물을 올릴 때 한차례 본인 인증을 받는 절차를 실시하자, 구글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자사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한국에서는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차단했었다.

한 외국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인사·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관한 전권을 본사에서 쥐고 한국 직원들에게는 매뉴얼대로만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로 인해 한국 상황에 맞춰 빠르게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세컨드 라이프 (Second Life)

미국의 인터넷 기업 린든 랩이 2003년 출범한 서비스로 3차원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현실과 비슷한 생활을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학교도 가고 사이버머니로 물건도 구입하는 등 일종의 대리만족을 위한 서비스이다. 2007년 미국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자 가상공간에 설치된 사이버은행에서 대규모 인출사태가 발발하는 황당한 사건이 생길 정도로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았다.

☞ 인터넷모임 사이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인터넷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친구관계를 맺고 글이나 사진 등을 게시판에 올리며 서로 소식을 나누는 서비스로 온라인 인맥 구축 서비스라고도 한다. 한국의 싸이월드와 미국의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3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있으며,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