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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선고 법정 아수라장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30. 07:29


28일 오후 2시 용산참사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은 102개의 좌석정원을 훨씬 초과한 180여명의 방청객이 들어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내내 선 채로 재판을 지켜봤다.

선고 전 방청객들 사이에선 검찰 구형량보다는 훨씬 낮은 형량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피고인 가족이라는 한 중년 여성은 “여론이 있는데 높은 형량이 나오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로 웃으며 인사하는 농성자 가족들도 있었다.

그러나 재판장이 판결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자 분위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피고인들은 천장을 바라보다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농성자 가족들은 '중형'을 예감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선고가 시작된 지 35분쯤 “피고인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는 재판장의 언급에 방청석 곳곳에서 야유와 함께 격한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충연씨 등 피고인 2명은 선고 도중 “이건 재판도 아니다“라고 외치며 대기실로 퇴장해 버렸고, 결국 궐석 상태에서 재판이 계속됐다.


이씨의 부인을 비롯해 피고인 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뚝뚝 흘렸고, 일부 방청객들은 “정권의 나팔수“, “재판부가 썩었다“ 등의 고함을 질러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방청객 10여명은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고, 1명은 결국 감치 명령을 받고 구금됐다.

재판부가 예상보다 중형을 선고하고 50여분 만에 퇴정하자 법정은 흐느끼는 소리와 거센 항의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피고인 가족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법원 직원의 말에도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울었다.

가장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충연씨의 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고, 다른 농성자의 가족들도 “최후 보루로 믿었던 사법부마저 이러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의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순수한 형사 재판이었다면 99% 무죄임을 확신한다“며 “정치 판사가 내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화염병을 보지 못했다는 상당수 경찰관들의 진술이 있는데도 재판부는 이를 배제해 버렸다“며 “20년 후 과거사 관련 재심이 이뤄진다면 무죄로 판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도 “재판부가 고뇌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의 기소내용을 그대로 읽어 내린 사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검찰은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