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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봉사서 ‘보치아’ 감독까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9. 17:29


장애인 이동봉사서 ‘보치아’ 감독까지


장애인-비장애인 전국체전 통합개최 법안 발의


최근 한 주말 오후 충남 천안 장애인종합체육관.

휠체어에 의지한 10여명의 장애인들이 체육관에서 공을 굴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 옆에서 “그렇지“를 외치며 박수를 치고 있는 한 사람. 바로 국회의원 박상돈(60) 이다.

이들이 하고 있는 운동은 `보치아'라는 장애인 스포츠.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때 처음 소개된 것으로, 공을 하나 던져놓고 그 공에 가깝게 공을 굴리는 팀이 점수를 얻는 경기다.

박 의원은 충남도 보치아연맹의 회장이자 감독. 이곳에서는 의원이라는 호칭 대신 `감독님'으로 불린다.

박 의원이 장애인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충남도청 공무원을 거쳐 아산군수와 대천.서산시장 등 2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뒤 천안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 복지단체인 `한빛회'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이때부터 장애인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당사자들의 적나라한 목소리를 전해 들으면서 공직에 있을 때 생각했던 장애인 복지가 '탁상공론'에 가까왔음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공무원들은 장애인들에게 예산만 조금 지원해놓고 엄청난 배려를 한 것처럼 여기는데 이 분들을 만나보니 그게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장애인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보치아를 접할 기회도 많아졌고, 결국 감독까지 맡게 됐다.

“보치아는 사지를 잘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 환자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운동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얼떨결에 감독을 맡았는데 이들과 함께 하면서 나도 그들의 일원이 돼갔죠.“

박 의원은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번씩 경기장에 나갔다. 의원이 된 뒤에도 한달에 한번은 천안까지 내려가 `선수'들과 만난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운동 모임 정도였지만 선수들에게 활동의 장을 넓혀주기 위해 도 단위의 연맹도 만들었다.

대구, 부산 대회 등 지역 단위의 시합에 꾸준히 참가한 끝에 지난 7월 열린 전국 보치아 경기대회에서는 충남 보치아 연맹이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9월에는 전국 장애인체전에서 종합 2위의 성적을 올렸다.

“시간이 허락되면 부산이든 대구든 대회에 꼭 가서 선수들을 격려합니다. 직접 못 갈 때는 선수들이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곤 하는데 뇌병변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어눌한 말씨로 `감독님, 우리가 이겼어요'라고 전해올 때는 가슴이 벅차죠“

박 의원은 장애인 이동봉사대원이기도 하다. 이동봉사는 그가 장애인과 친구가 되게 해줬다.

“지체장애인들에게 이동은 생명입니다. 직장을 가고, 병원을 가고, 학교를 갈 때 휠체어를 밀어줄 손이 필요하죠. 봉사라고 하면 무슨 큰 희생이 필요한 것 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저 장애인과 같이 가는 파트너십이죠.“

그는 장애인 부모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힘이 닿는 한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실 장애인들보다 더 안타까운 분들이 그들의 부모입니다. 자녀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뒷바라지하는 모습은 정말 눈물겹죠.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장애인 부모들은 자녀가 그들만의 특수교육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통합교육을 원한다. 그러나 시설 부족 등으로 현실은 이상을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처럼 장애인과 함께하며 절감한 문제들을 하나씩 정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철저히 분리돼 진행되는 전국체전을 통합 개최하도록 명문화한 것.

“전국체전을 하면 비장애인 대회가 다 끝난 후에 장애인 대회를 하는데 선수들의 부모, 친척 외에는 오는 사람도 없어요. 장애인들이 거기서 느끼는 쓸쓸함과 소외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두 대회를 동시에 개최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의 성적을 합산해 지역별 순위를 매기면 각 지자체가 장애인 체육 복지를 등한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생각이다.

장애인에게 무관심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하는 고민 끝에 나온 궁여지책이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싸늘한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장애인은 우리와 같은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성원입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우리와 다른 별도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우리가 함께 길을 가는 동반자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성숙한 사회가 되는 것 아닐까요“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