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김원겸 기자가 보는 '눈' 가수 이순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31. 08:57


인순이의 '나에게 필요한 비타민 같은 음악들'가수 인순이는 후배 여자가수들의 '워너비'다. 신인이건 중견이건 새 음반을 낸 젊은 여자가수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순이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대중과 호흡하며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너무 흔하게 듣게 된다. 마치 중·고교 야구선수가 '박찬호처럼', '추신수처럼'을 외치는 것처럼. 어쩌면 막연한 희망일 수 있지만, 진심으로, 그리고 간절히 원하는 구체적인 목표이기도 한 '워너비 인순이'. 그러나 인순이는 후배들이 그런 바람들이 부담이다. “며칠 전 어떤 후배가 나를 보고 '선배가 롤모델입니다. 저도 잘하면 인순이 선배만큼 갈 수 있으니 흔들리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난 그냥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저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요. 나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기 위했던 것은 아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롤모델이 됐다고 생각하니…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자택에서 온화한 미소로 필자를 맞은 인순이는 질문에 즉각적이었고, 꾸밈이 없었고 솔직했다. 인순이에게 '음악'이란, 어린 시절 불행하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떨칠 수 있게 해준 보석 같은 '절대가치'라고 쉽게 추측하게 되지만, 그는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노래했다'고 했다. 그리고 31년 가수인생의 절반이 지날 무렵에서야 '음악이 진심으로 가슴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지금도 전 음악으로 돈을 벌지만, 처음엔 절실하게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하고 노래를 불렀어요. 돈을 벌려면 적당히 해서는 안 되겠기에 열심히 했고, 또 다른 가수들과 경쟁하다 보니 치열하게 열심히 하게 됐죠. 음악이 내 가슴속에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어떤 공식에 따라 노래를 불렀지만, 차츰 가슴으로 노래를 하게 됐고, 가슴으로 하면서 애정도 생기고 '이게 내 길이다' 싶은 마음도 생겼죠.“

인순이는 그래도 '후배들의 워너비로서 조언을 해 달라'는 필자의 요청에 '팬들을 놓치지 말라'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팬들을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을 수 있나 자문을 해보세요. 답은 '노력'밖에 없습니다. 팬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보세요.“ 인순이는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는 음악을 뮤지션스 초이스를 통해 소개했다.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순이는 아래의 음악들을 통해 '노래로 대중에게 말하는 법' '대중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글
인순이가 선택한 첫 번째 앨범 : Michael Jackson의 [Michael Jackson History] “'Smile'은 찰리 채플린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 강한 인상을 갖고 있다. 그는 우습게 분장하고 있지만 분명 멀쩡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의 분장을 보고 웃지만, 그 사람은 나름의 고충, 가면 뒤에 가려진 그의 아픔, 고통이 있을 것이다. '웃다 보면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것이고, 구름 뒤에 해가 숨었다 하더라도 행복하고,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인데 나의 감성과 참 많이 연결돼 있다. 2002년 재즈 공부를 하면서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 마이클 잭슨은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이지만, 난 3인조 재즈 밴드로 공연했다. 참 근사한 곡이라 생각한다. 찰리 채플린은 내가 데뷔할 무렵 개그맨 선배님들이 많이 따라하던 캐릭터였다. 짙게 화장한 가면 뒤에 숨겨진 그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앨범보기   Smile        'Smile'은 9월 2일 24:00까지 무료듣기로 제공됩니다.

인순이가 선택한 두 번째 앨범 : Sting,Police의 [The Very Best of Sting & the Police] “스팅은 멜로디가 너무 아름답고 담백하다. 간결하지만 충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스팅이라는 가수 자체도,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노래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노래와 가수가 서로 딱 어울린다고 할까, 스팅표 음악이 참 좋다. 그는 시대를 아우르는 사람이다. 난 멜로디를 중요시하는 음악을 해왔다. 그의 멜로디는 너무 근사하다. 스팅은 평소에 자주 듣는다. 특히 저녁 해가 질 무렵, 창가에 앉아서 들으면 좋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하루를 막 시작하려는 그 사이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스팅의 노래는 다 좋아한다. 2005년 그의 내한공연을 보러 간 적 있었는데, 그는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의 평범한 옷차림에 무대 위에서도 평범한 손짓인데도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올 수 없었다.“
앨범보기   Fields Of Gold        'Fields Of Gold'는 9월 2일 24:00까지 무료듣기로 제공됩니다.

인순이가 선택한 세 번째 앨범 : Shirley Bassey의 [Best Of Shirley Bassey] “참 근사한 가수다. 그의 노래는, 3분30초짜리라도 극 한 편이 연상된다. 그래서 그 노래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금방 알게 만든다. 이야기도 단순하지 않다. 사랑이 얼마나 절절하고, 소중한 것인가가 느껴진다. 나는 이 사람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슬럼프일 때 이 사람이 되길 원했다. 그의 공연실황을 자주 보고 연습도 많이 했다. '거위의 꿈'을 부를 때,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들이 내게 '라이브 할 때가 더 낫다'는 말, 이 사람에게서 배운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녹음할 때 노래를 가장 못 하는 것 같다. 라이브로 할 때는 관객과의 교감으로 노래가 잘 불러진다. 뒤에 알고 보니 이분도 나처럼 자기 노래가 많다기보다 유명한 곡들을 자기 스타일대로 불러 히트시키는 편이다.“
앨범보기   Goldfinger        'Goldfinger'는 9월 2일 24:00까지 무료듣기로 제공됩니다.

인순이가 선택한 네 번째 앨범 : Christina Aguilera의 [Stripped]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이른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듣던 음악이었는데, 어느새 빠져버렸다. 처음 들은 그의 노래가 'Beautiful'이었는데, 지금은 등산 다닐 때면 mp3로 듣곤 한다. '누가 뭐래도 난 예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신감을 갖는 가사인데, '거위의 꿈'을 듣고 얻었던 크나큰 용기만큼, 이 'Beautiful'이란 곡으로도 큰 용기를 얻었다. 난 어린 친구들과도 함께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듣게 된다. 내가 비록 어린 친구들의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감각만큼은 알아야 한다. 내가 해오던 것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같은 새로운 스타일을 적절히 잘 혼합해서 들려주면 중장년층과 청소년들을 아우르는 음악이 될 것이다.“
앨범보기    Beautiful        'Beautiful'은 1분간의 미리듣기로 제공됩니다.

인순이가 선택한 다섯 번째 앨범 : 임재범의 [고해] “그의 목소리와 노래엔 깊은 슬픔이 배어있다. 난 그 사람의 음악성을 좋아한다. 임재범은 곡에 해석능력이 뛰어나다. 그와 한 무대에 서본 적은 없는 것 같지만, 그는 내가 갖지 못한 짙은 감성이 있다. 그는 나보다 후배지만 존경할 부분은 있다. 우리 가요역사에 남을 사람이다. 가수는 노래하면서 음 하나하나에 신경 쓰기보다, 그 노래가 주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세밀하게 음정을 맞추려다 보면, 감정이 없고 노래만 있을 뿐이다. 임재범은 노래를 통한 감정이나 메시지 전달력이 좋다. 어서 빨리 그의 새 노래가 발표됐으면 좋겠다.“
앨범보기   고해        '고해'는 9월 2일 24:00까지 무료듣기로 제공됩니다.

“관객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입니다.“인순이는 지난 5월 17집을 발표해놓고도 음반 홍보활동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새 앨범 발표 직후 9년 만에 다시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이 “새로운 경험이어서 좋았다“고 했지만, 늘 혼자 무대 위를 마음껏 누비며 자유분방하게 노래하던 그가 많은 배우들과 어울려 정해진 틀에 맞춰 공연을 벌이는 것은 다소 낯설었다고 했다. “언제 다시 뮤지컬을 또 한다고 약속할 순 없지만, 뮤지컬 공부는 계속하고 있어요. 내게 주어진 일은 꼭 공부를 합니다.“ 인순이는 뮤지컬로 인해 미뤄뒀던 음반홍보활동과 함께 하반기에는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투어를 벌인다. 지난해에는 대도시에서 대형 공연만을 벌였지만, 올해는 중소도시를 돌며 소규모 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소도시 공연은 그간 공연관람의 기회가 적었던 분들을 찾아가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대도시이건 소도시이건 관객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간 대도시에 계시는 분들은 많이 찾아갔으니, 이번엔 소도시에 계시는 분들을 찾아가 제가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글/ 김원겸 (스포츠 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