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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장 12명 선정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1. 07:20


대한민국 명장 12명 선정

석공 명장 백남정, 경복·창덕궁 주춧돌 깎아
종자 명장 박동복, 품종 270개 만든 ‘씨박사’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0일 한국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12명을 ‘2009 대한민국 명장’으로 뽑았다. 이들에게는 명장 증서와 휘장, 2000만원의 장려금이 지급되며 매년 95만~285만원의 기능장려금이 나간다.

◆초등학교만 마치고 석공 일=1976년 2월. 충남 보령군 미산면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벽지에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더벅머리 소년이 서울행 완행열차에 올랐다. 옷 한 벌만 들고 있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친척이 운영하는 경기도 구리의 석재공장. 그로부터 33년. 소년은 ‘대한민국 명장(미술석재)’이 됐다. 백남정(46)씨는 “그저 열심히 (돌을) 쪼았을 뿐인데…”라고 말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은 엄두를 못 내던 그에게 친척이 “돌 일을 배워보라”고 권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지만 돌 기술을 익히기란 녹록하지 않았다. 밤 12시까지 공구를 다듬고, 새벽 6시면 돌 앞에 앉았다. 기술이 손에 익자 그는 일본 수출용 석등을 제작했다. 석공예품은 70년대 외화획득용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수출이 끊겼다. 동료들이 작업장을 떠났다. 그래도 묵묵히 돌만 쪼던 그의 기술은 돌쟁이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새로운 기회가 왔다. 93년 창덕궁 복원사업에 참여했다. 계단석·장식돌·주춧돌·고막이석(기둥과 기둥 사이를 잇는 돌)을 고문서와 대조하며 손수 깎아 배열했다. 백씨는 “유네스코에 창덕궁이 등재될 때 한달음에 달려가 내가 깎은 돌을 어루만졌다”고 말했다. 경복궁·경희궁 등 복원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2007년 국제기능대회 참가자를 지도해 금메달을 목에 걸도록 도왔다. 백씨는 “서울 디자인거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통 돌 문화로 한국을 리모델링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째 항암배추 연구=종자 부문 대한민국 명장이 된 박동복(55)씨의 별명은 ‘종자 반도체’다. 개인 육종가로는 최다인 270여 종의 신품종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25종은 특허를 땄다. 대표적인 품종이 ‘항암쌈배추’다. 항암 성분인 베타 카로틴이 일반 배추보다 47.8배 많다. 우리나라보다 육종기술이 10년은 앞선다는 일본에 수출되는 효자상품이다. 식후 혈당을 억제하는 물질인 AGI를 다량 함유한 ‘당조고추’도 그의 작품이다.

그가 종자에 빠지게 된 것은 1986년이다. 73년 상업고를 졸업하고 서울의 백화점에 취직했지만 재미가 없어 그만뒀다.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뒤 국제그룹에 입사했지만 서류에 묻혀 살았다.

“그러던 차에 그룹이 부도났어요. 아무 생각 없이 종자회사에 들어갔는데,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

육종 공부를 하다 종자기술사·종자기사·종자산업기사·종자기능사·종자관리사 등 종자 관련 자격증을 모두 땄다. 국내에서 유일한 종자 부문 자격증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그는 김치용 항암배추를 2년째 연구 중이다. 박씨는 “전 세계인에게는 건강을, 우리 농민에게는 부를 가져다 주는 품종을 만들고 싶다”며 “품종 하나가 반도체처럼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자산이 되도록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박씨와 백남정씨 이외에 이상배(생산기계), 이재두(치공구설계), 최창묵(시계수리), 김양호(용접), 장일남(패션디자인), 유구영(피아노 조율), 기영락(목공예), 송현경(자수공예), 안창현(제과), 김일신(이용)씨 등 총 12명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