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강조망권에 .... 재벌의 싸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 08:22


재벌들이 많이 살아 최고 부촌으로 불리는 서울 한남동에서 최근 국내 굴지 대기업 회장들의 자존심 싸움이 한창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소송까지 불사한 것은 ‘한강조망권’ 때문이다. 한강조망권을 두고 재벌끼리 다툰 것은 몇 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이태원동 자택 신축 과정에서 농심의 신춘호 회장과 갈등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싸움의 ‘무대’는 한남동에서도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하얏트호텔 인근 7XX-00번지 일대.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2층 주택 앞에 지난해 10월 외동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살 집을 신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이 벌어졌다. 이중근 회장은 1994년에 땅을 구입한 후 2층 집을 지어 1995년부터 살아온 터였다.

이 집은 인근 주택 중에서도 한강조망권이 특히 빼어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명희 회장이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곳은 이중근 회장 집과 너비 5m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2필지의 땅. 정 상무의 새집이 완성되면 이 일대는 ‘신세계가족타운’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중근 회장의 집에서 위쪽으로 한 집을 지나 올라가면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이명희 회장의 집이 있고, 그 뒤쪽에 정 상무 소유의 2층 집이 또 있으며, 그 건너편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2층 집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신축하는 건물이 들어서면 ‘신세계가족타운’이 이중근 회장의 집을 둘러싸는 형국이 된다.

외관상으로 이중근 회장의 집터는 정 상무의 신축 현장보다 부지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부영 측 설명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건축물 골격을 볼 때 이중근 회장 집에서 한강으로 향하는 시야가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탁 트인 경관을 보다가 갑자기 이중근 회장의 집(709㎡, 약 215평)보다 2배 이상의 부지에 2층 건물(1759㎡, 약 533평)이 들어서면 조망권은 물론 사생활 침해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서 제출
바로 코앞에서 한강조망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부영 측은 지난 2일 ‘자택 앞에 건물이 들어서면 조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상무,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2005년 소음과 조망권 문제로 소송까지 갈뻔한 이건희 회장의 집터와 농심 신춘호 회장의 자택.  

부영그룹 측은 “ 인근 주택들의 앞뒤 집 건물 높이가 4~5m 차이인 데 반해 이명희 회장의 신축 건물은 설계대로라면 1층부터 조망권이 확보되고, 뒷집인 이중근 회장 집은 2층까지 완전히 조망권이 가려지고 사생활까지 침해될 우려가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신세계 측이 우리와 협의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협의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가처분을 신청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신세계 측은 “지난해 10월 구청의 허가를 받아 법의 테두리 내에서 10개월째 해오고 있는 공사인데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공사 중지를 요청해 이해가 안 된다. 시시비비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주인은 “ 이 부근이 부촌이고 증·개축도 많이 하고 있어 조망권 관련 민원이 심심찮게 들어오지만 이렇게 법정 공방까지 가게 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도시계획조례 27조에 따르면 문제의 부지에는 1종 전용주거지역 내 녹지제한 규정을 받아 신축허가시 8m 이하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또 조례 39조에 따르면 자연경관 지구로 지정받아 3층 이하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구청의 건축 허가 조건인 집 높이가 8m 이상만 되지 않으면 조망권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신세계 측 주장이다.

“건물 높이는 법적으로 문제 없어”
신세계 관계자는 “건물 높이가 7.8m여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건설회사를 하는 분이라 그런 법적 기준을 모르지 않을 텐데 소송을 한 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부영 측은 이에 대해 “이명희 회장 측이 건축 허가 당시부터 지반을 2m 높였기 때문에 집 높이가 자연적으로 높아져 실질적으로는 8m를 넘게 된다. 신세계 측에 이와 관련한 건축설계도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해 소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반을 높였는지 여부, 높였을 경우 그것을 전체 집 높이에 계상할 것인지 여부 등이 관건인 셈이다.

관할 용산구청은 이명희 회장의 신축 건물이 건축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청 관계자는 “그 건물 공사 전에는 단층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며 “2층 건물이 새로 올라가면서 부영건설 측에서 시야 제한이 발생해 소송을 건 모양인데, 이는 민사소송을 통해 조정될 문제다”라고 말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10일 실사를 마치고 21일에 양측으로부터 의견청취도 마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