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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총수들의 위기돌파 스타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25. 10:57


그룹 총수들의 위기 돌파 스타일

사람, 현장 그리고 미래에 주목하다
그룹 총수들의 위기 돌파 스타일

난세에 영웅이 출현하듯 경영의 진면목은 위기 때 나온다. 불황을 타개하는 스타일이야 각양각색이지만 구성원의 극복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은 한 가지다.

불황과 위기에 강한 그룹 총수를 꼽으라면 단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닐까 한다. 정몽구 회장은 위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의 좌우명으로 잘 알려진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곀璣嘯·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아무리 큰 위기가 닥쳐도 열심히 일하면 다 극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06년 유가 폭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납품가를 10%나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을 선포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정 회장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모르긴 해도 참모진의 성급한 상황 판단이 불러온 실수가 아니었나 한다. 결국 무리하게 밀어붙인 비상경영이 현대차 사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 회장은 불황 타개를 위해 우선 눈에 보이는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한다. 이른바 ‘삼현주의(三現主義)’다.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현장에서 느끼고, 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하는 것이다. 그는 옛 현대정공(지금의 현대모비스) 시절을 떠올리며 “공장 한편에 드럼통을 놓고 직원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고 텐트에서 동고동락하며 삼현을 배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 회장은 경영 환경을 의식하기보다는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문제점도 돌파구도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는다. 제대로 품질관리를 하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아무리 경영 환경이 나쁘더라도 잘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최근 정 회장은 해외지역본부장들에게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소비가 위축돼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우리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도 그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 현장과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의 불황 극복 해법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구본무 회장은 올 들어 사업 현황을 점검한 후 대부분의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사업 전반의 위험 요인을 보다 꼼꼼히 점검해 현재의 어려움에 슬기롭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주목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그는 “현안 해결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황을 극복하고 시장 리더로 발돋움한 기업들의 공통적인 해법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는 것이 구 회장의 얘기다.

구 회장이 연구·개발(R&D), 마케팅 분야의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아무리 어려워도 차별화 된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구 회장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4000명, 기능직 2000명 등 모두 60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대졸 신규 인력 중 상당수는 LCD, 휴대전화, 4세대 이동통신, 전기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의약품, 융합 정보기술(IT) 사업 분야의 R&D와 마케팅 쪽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미래와 함께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꿔 나가야 하는데, 그 원동력이 구성원의 창의와 자율에 있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구성원 모두 창의성을 마음껏 발현하고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인간존중 경영의 참모습이다. 창의와 자율이 살아 숨 쉬는 열린 조직문화를 조성하라”고 당부했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을 좇아가는 ‘민첩한 추격자(Fast-Follower)’에서 ‘고객가치 혁신 리더’로 경영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위기 극복 해법을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찾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력을 확보하려면 위기를 헤쳐 나갈 주체인 임직원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회장은 임직원의 에너지와 생각, 노력이 한 방향으로 모일 수 있도록 물리적·심리적 소통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초부터 진행된 CEO와 구성원과의 ‘소통 한마당’은 훌륭한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익명을 보장하는 온라인 채널도 인기다. 함께 식사하며 CEO와 구성원 간의 벽을 허무는 시도도 이어진다. 최 회장의 이른바 ‘MBWA’가 그룹 관계사 곳곳에서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MBWA는 경영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경영 기법이다. 최 회장은 관계사 곳곳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며 현장을 챙기고 있다. 올 들어 워커힐과 SK네트웍스 에너지마케팅컴퍼니를 시작으로 SK텔레콤 남산사옥·SK증권·SK브로드밴드, SK케미칼 본사, SK텔레콤 분당사옥·SK C&C 분당 스퀘어, SKC 수원공장을 거쳐 SK해운까지 쉼 없이 발품을 팔았다.

최 회장이 구석구석 챙기는 이유는 ‘생존’ 메시지를 직접 발로 뛰며 전달하고 구성원과 마음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사 직원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위기 극복을 위한 강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내방송을 통해 위기 극복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직접 준비한 파워포인트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지금을 위기나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위기가 아니라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위기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현실에서 생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불사 신화는 더 이상 없다는 얘기다.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 흑자는 의미가 없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크므로 궁극적으로는 더 큰 손해다. 비용 절감은 서비스 절감이 아니다.”

위기 때마다 긴축하자는 참모들을 향해 조양호 한진 회장이 하는 말이다. 조양호 회장은 구조조정을 이렇게 정의한다. “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교육을 통해 인력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이란 결국 내실을 기하는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지론이다. 유가상승 같은 악천후 속에서도 그는 고도를 낮출 생각이 전혀 없다. 마치 폭우가 쏟아지면 고도를 더욱 높여 아예 구름 위로 올라가는 파일럿 같다.

조 회장은 90년대 초 관행을 깨고 항공기를 임차에서 소유 형태로 전환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그는 구매를 강행했다. 그리고 97년 외환위기가 닥쳤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다른 기업들이 현금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대한항공은 별 걱정이 없는 눈치였다.

당시 대한항공은 112대의 항공기 중 98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조 회장은 이 항공기를 현금이 필요한 만큼 매각한 후 재임차했다. 이는 그룹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조 회장에게 경영은 장기전이다. 당장 좀 어렵다고 투자를 안 하면 나중에 좋은 시절이 와도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을 고려해 앞으로는 연료 소모가 적고 효율이 높은 비행기가 없으면 경쟁이 안 된다고 예상하고 한 발 앞서 B787과 A380 등을 주문한 것도 그래서다. 선친 조중훈 회장도 이런 얘기를 했다. “항상 이기기만 바라는 것은 오만이다. 투자도 없이 이익을 바라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도박이나 투기에 가깝다.”

신격호 롯데 회장만큼 위기를 모르고 사업을 키워온 경영자도 드물 것이다. 롯데그룹은 2008년 어려웠던 경영 환경 속에서도 각 부문의 고른 성과를 바탕으로 총 매출 41조4000억 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충격은 더 커지고 있지만 롯데는 적절한 투자와 핵심 사업 강화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창업 이래 철저한 내실 위주 경영과 주력 업종에 대한 집중투자라는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신규 사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왔다. 신 회장은 잘 모르는 사업에 대해 확장 위주로 경영하지 않는다.

이렇게 신중한 투자 기조는 외형만 키워온 기업들이 외환위기로 쓰러지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재조명을 받는 계기가 됐다. 그에게 IMF는 오히려 도약대가 됐다. 당시 롯데그룹은 축적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은 높이고 주력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유화사업이다.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은 IMF를 헤치고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했다. 롯데그룹의 유통과 함께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유화부문은 2009년 1월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을 계기로 새롭게 도약했다. 신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에게 모든 자원을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경쟁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현장경영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시장의 변화와 요구 사항을 점검해 볼 것을 임직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일본에서 2000만 달러 규모의 사재를 들여와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하기도 했다. 올 2월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 된 이후 재계 총수로는 처음으로 사재 950억 원을 출연해 결손법인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