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수원화성 사진으로 남긴 김동휘옹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8. 07:51


수원화성 사진으로 남긴 김동휘옹

“화성훼손 우리 책임..성곽 빛깔에 반해“

경기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17일부터 한달간 '화성을 걷다, 화성을 보다'라는 제목의 특별한 사진전이 열린다. 지난 4월 정조 즉위일에 문을 연 수원화성박물관이 기획한 두번째 특별전이다.

이번 사진전의 주인공은 30~40대 열기 왕성한 작가가 아니라 올해 만 91살의 전문의 출신 김동휘옹이다.

김옹은 1918년 수원 화성행궁 앞 종로의 잡화상 집 아들로 태어나 화성을 놀이터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화성이 파괴되는 현장으로 목격하고 그 아름다움과 아픔을 필름에 남겼다.

세브란스의대를 졸업하고 수원에서 산부인과를 개업한 그는 한국전쟁 중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카메라를 접한 뒤 청진기보다 카메라를 더 가까이하며 문화예술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전후 화성을 담을 때에는 그저 사진을 찍는 게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러 화성을 누비다 보니 마음 한구석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렌즈 안으로 들어오는 무너진 화성을 보면서 슬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론 '내가 사는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다니!'라는 두 생각이 교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화성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195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화성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필름에는 다 무너져 내린 성곽의 처참한 모습, 성곽을 훼손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담겨 화성 보전활동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는 일제 때 행궁 기왓장을 뒤집어 일부러 비가 새게 만들고, 전쟁 중 행궁 건축물이 피난민 땔감으로 사라지며 그나마 볼품없어진 성벽에 주민들이 지름길을 내던 광경을 목격했다.

김옹은 “문화재는 보수관리하지 않으면 부숴지게 돼 있다“며 “그러나 일제가 그런 식으로 화성을 훼손했다면 성벽을 허물어 부뚜막 돌로 사용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1997년 용인에 세운 등잔박물관을 화성 동복공심돈을 본따 지을 정도로 화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는 “외국의 성들이 웅장할지 몰라도 성곽의 색깔은 화성이 단연 최고“라며 “성벽의 무수한 돌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깔이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수원시에 기증한 1950~60년대 화성 옛 사진 86장 중 30여장이 공개됐다. 화성의 옛 사진은 김옹의 사진과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제작한 사진엽서, 독일인 헤르만 산더, 미 육군 엔지니어출신 게리 헬센의 작품이 전부라고 한다.

김옹은 수원문화원 창립 주역으로 한국예총 경기지부장을 역임했고 1989년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해 2003년 행궁 576칸 중 482칸이 복원되는 토대를 놓았다.

노환으로 7~8년 전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때까지 전 세계를 돌며 사람들의 얼굴을 필름에 담아 '인간가족전'을 열기도 한 그는 국전 사진부문에서 4년 연속 입선할 정도로 내공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