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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체제로 돌입한 검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16. 07:41


“사람도 잃고 망신만 당했다”… 검찰 공황상태

검찰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사퇴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총장 직무 대행을 맡은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15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정근기자검찰은 총장과 차장, 전국 고검장 전원, 서울중앙지검장에 대검 중수부장까지 한꺼번에 공석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공황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천 후보자 내정으로 선배·동기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바람에 '사람'도 잃고 '망신'만 당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새 총장 임명 전이라도 대검 차장 등 고검장급 조기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 비상체제 돌입 = 대검은 지휘부 공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5일 예정에 없던 확대간부회의를 여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총장 직무대행인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50·사법시험 25회)은 오전 9시30분부터 실무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대검 부장들(검사장)과 각 부서 기획관, 과장들이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조직 안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비상 상황이라는 비장한 자세로 새 총장이 부임할 때까지 전국 일선 검찰을 지휘·감독함에 소홀함이 없도록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중심으로 업무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전날 밤 늦게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실을 나섰던 천 후보자는 이날 법무부에 정식 사표를 제출했다.

검사장이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은 정병두 1차장 검사가 직무대리를 맡고 있으나 주요 사건의 경우 처리방향을 결정해줄 사람이 없어 공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일상적인 사건이야 차장검사 전결로 처리할 수 있지만 지휘계통이 분명한 검찰에서 굵직한 사건은 지휘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 만만치 않은 후폭풍 = 검찰 내에서는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천 후보자가 총장으로 지명되면서 검찰을 떠난 선배(사법연수원 10~11기)와 동기(12기)들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총장이 정해지면 선배와 동기들이 퇴임하는 관례에 따라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명동성 법무연수원장 등 연수원 10기 2명과 문성우 전 대검차장 등 11기 4명,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 등 동기 4명 등 10명의 고위 간부들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 상태다.

이들이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찰 내 인적 공백은 상당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천 후보자 낙마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는 '친(親) 천성관' 검사들과 '반(反) 천성관' 검사들로 편이 갈리고 천 후보자의 반대파가 낙마에 일조했다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내부에서 (천 후보자에 대한) 음해 세력이 너무 많았다“며 “내부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얘기들이 정치권으로 많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신뢰가 벼랑에 다다른 상황에서 내분까지 일어난다면 조직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고검장 조기 인사론 대두 = 새 총장 후보가 지명되더라도 또다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정식 임명되기까지는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휘부 공백 상태는 자칫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중수부장 등 핵심 요직들이 모두 비어 있는 상황에서 사건 처리 등 검찰의 기본 업무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현재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한명관 기획조정부장이 대검의 다른 부장들보다도 후배여서 조직 통솔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법무부장관이 고검장급 인사를 서둘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총장을 대신해 검찰을 이끌 대검 차장과 각종 중요한 사건들이 산적해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은 최대한 빨리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