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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화(墨畵)의 여백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1. 08:36


◈묵화(墨畵)의 여백 ◈

남한산성 행궁에 들어가는 길목 쉼터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이 단체로 묵화를 치는데,
붓 한 자루 한 빛깔의 먹물로만 소나무를 그려내고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창조하고 있었다.

흰 종이 위에 담은 늠름한 소나무와 잔 가지들.
온통 검으죽죽하게 칠하는데
세밀화이지만 너무나 복잡하고 지저분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로고.
그렇게 많은 소나무와 잔가지 솔잎을 세밀하게 다 그리려고 애를 쓸 바에야
차라리 사진기로 찍으면 더 정확했을 것을.

묵화는
하나의 색깔을 더 세분하여 다양한 먹빛을 창조해 낸다.
그리고 붓으로 사물을 그려낸다.

내가 묵화를 치면 참으로 단순하게 치겠다.
이 세상 그 많은 소나무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해서 붓으로 쓰윽 그리거나
약간만 덧칠하면 족할 것 같다.
한눈에 소나무임을 알 수 있게끔 말이다.

동양화는 비어 있는 여백이 많아야 돋보이는 법.
빈 여백은 화가가 다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마음으로 채우는 미련과 여운의 공간이어야 한다.

너무나 완벽하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차가운 기술과 기교일 뿐이다.
남들이 다 그린 묵화의 여백 속에서 나는 또다른 무엇을 꺼집어내고
또 채워넣고 싶다.
남의 묵화를 보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내가 글쓰기 할 때마다 내용을 줄이고 다듬어서 군더더기를 걸러내야겠다고.

                   <수필가 최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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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방 여러분...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느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제는 사무실과 가까운 구리에 사는 지인이 사무실에 잠깐 다녀갔는데
짦은 시간의 대화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여백이란 우리들 삶의 활력소가 되는 여운의 이정표가 아닐까요?
언젠가 읽은 글에서 내가 삶을 여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은 '세상'이라는 흙탕물 속에서 뒹글다 보면
누기 희고, 누가 검은 지를 망각하기가 쉽게 됩니다.

우리네 옛 서화에서도 흔히 '여백의 미'를 들고 있습니다.
이 여백의 미는 비록 서화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어울리는 인간관계에도 해당될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가득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백의 미가 성에 차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두루 헤아려 보면서,
좀 모자라고 아쉬운 이런 여백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 삶에 윤활유가 되어 답답한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요?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심지를 줄여도 자꾸만 불꽃이 올라와 펄럭거리는 것처럼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눈앞에서
우리는 배우고 있지요.

행복방 가족 여러분...
오늘은 모든 걸 조금씩 줄여서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하루가 되시길를 바랍니다.

                                                ♣임수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