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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금성당 굿' 재현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9. 07:31


금성당 굿' 재현 “

서울 도시한 벌판에서 요즈음 우리의 옛 문화 내림굿이  잊혀진지 오랜 세월속에서 묻혀 있다가
몇몇의 지인들의 노력으로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여느가장 자리에서  능숙한 굿 장구 장단에 대금, 피리소리가 장중하기도 하고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듯 처연하기도 하다. 흰 삼신고깔에 흰 옷을 입은 만신이 느린 듯, 정성을 담아 춤을 춘다. 흰 색으로 통일한 의대(칠성님의대)가 정갈하다.
지난 11월 2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구파발 금성당 굿’이 7시간 동안 재현되었다. 금성당은 은평뉴타운 개발로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지난 7월 22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 제258호로 지정받아 현재 복원을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제 1회 ‘서울 구파발 금성당 굿’이 열리게 된 것. 이 자리에는 ‘한국학’을 연구하는 박성수씨, 전 국립민속박물관장 정양모씨 등이 초대되어 축사를 했다.
금성당은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마을당으로써 조선시대 비운의 운명을 맞이한 단종의 숙부 금성대군(1426∼1457)을 주신으로 모신 곳이다. 진관동 이외에 마포 들머리(망원동)과 월계동에도 금성당이 있었는데 7~80년대 도시개발에 의해 사라져 버렸고, 구파발 금성당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 은평뉴타운 건설전의 금성당의 모습. 훼손되고, 낡았지만 문화재청으로부터 원형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으로 인정받았다. 
금성당 유물조사단장을 맡아 ‘금성당 무속유물 및 민속유물조사 연구보고서(2008. 2.1~3.31)’를 낸 양종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금성당은 서울 지역민들과 유명 만신들로부터 추앙받았던 성스러운 공간이었고, 마을 주민들이 대동하여 굿을 거행하는 마을당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무당들이 개인적 굿을 하는 공공 굿당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고 말했다.
양 연구관은 “은평뉴타운 문화재 지표조사를 한 상명대로부터 굿당에 관한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이후 “서울에 남은 무속신앙의 대표적 유적이고, 19세기 건축물 원형을 보존하고 있으며 북한산 지맥이 있는 터 자체의 역사적 의미도 커 금성당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연구 조사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양 연구관은 “금성당의 무속자료 등은 보기 드문 자료로써 사라져 가는 민중 신앙의 원형을 살리고, 한국 무속연구와 민족 신앙의 근원을 밝히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 행사 진행을 하고 있는 양종승 연구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 위원이자 금성단 조사단에 참여하여 고서를 해제한 박상진 은평향토사학회 부회장은 “금성당은 현존하는 마지막 왕실 굿당”이라며 “고종의 탄일에 금성당에 전문 7백냥을 내렸다는 ‘위축발기’의 기록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던 전패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명성왕후는 전국 36개 처의 원찰과 원당에 시주를 하여 왕실 가족의 무병 장수를 기원했는데 전패에는 주상전하만세라는 글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제 1회 ‘서울 구파발 금성당 굿’은 불광동에 사는 최명희 당주(서울구파발금성당굿보존회장)가 주재하고, 사신서낭당주 서정자 만신이 특별출연하여 상장구를 하면서 굿을 이끌었다.
최명희(1958년생) 만신은 “1982년 신내림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은평구 내에 있는 구파발 금성당의 금성대군을 알현하게 되었다.”며 “신당에 금성대군을 모셨을 뿐만 아니라 매년 맞이굿 때가 되면 금성대군을 모시는 의례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광동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으로서 구파발금성당굿을 은평 지역의 무속의례 행사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와 중앙대 국악교육학과를 수료한 후 밤섬도당굿, 단종추모굿, 미사리도당굿, 강릉굿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굿은 최명희씨 이외에도 이미심, 박상은, 차연희, 심희순씨 등이 돌아가며 굿 한 두거리 씩을 맡아 진행했다. 사신서낭당주 서정자씨는 마포나루에서 했던 굿 가운데 출항하는 배들의 안전을 비는 점을 쳐 보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한양굿은 춤에 정성을 들인다는 말을 알 수 있었다.“며 “의대 또한 요란하지 않아 정결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   대금, 피리 등의 악기연주와 서정희 씨의 장구 솜씨가 일품이다.  
이날 행사에는 무속 민간신앙에 관심을 가진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 100명 가량이 참여했으며, 외국인인 원광디지털대 프레드 제레미 셀릭숀 교수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 민속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주의 깊게 굿 진행 과정을 지켜 보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금성당과 달리 보존되지 못한 채 철거되어 버린 못자리골 사신성황당의 김형순씨가 참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못자리골 사신당은 우리 나라 4대 성황당의 하나인 무악재사신당으로서 70년대 도로확장공사와 아파트 건설로 밀려나 진관동 못자리골로 옮겨왔으나 다시 은평뉴타운 건설로 철거되었다. 이 사신당의 무신도 등이 서울시 문화재자료 27호로 지정되었으나 성황당 터 흔적은 사라져 버린 셈이다.

문화부 박영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