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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정상궤도에 올리지 못한것 누구의 책임인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6. 07:27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정상 궤도에 올리지 못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나로호는 러시아가 하단 로켓을 개발하고 한국이 상단 로켓과 위성을 제작한 한·러 양국의 '합작품'이다. 나로호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양국의 책임 소재가 밝혀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노보스티 코소모나프티(우주뉴스)' 편집장 이고리 아파나시예프(Afanasyev)는 25일 유력 일간지 '베도모스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위성이 정상 궤도 진입에 실패한 데 있어서 러시아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다“며 “러시아가 개발 책임을 진 1단 로켓은 아무 문제 없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우주청 '흐루니체프우주센터'의 알렉산드르 보브례뇨프(Bobrenev) 대변인도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회견에서 “1단계 로켓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이번 위성 발사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관계자들의 이 같은 언급은 러시아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날았는데…“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봉남등대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철저하게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실패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발사 후 하단 엔진과 상단 킥모터(2단 엔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나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려 보내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한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책임론에 대해 “속단하기 힘들다“며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에야 (책임 소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가운데 어느 나라의 책임이 더 큰지 규명하는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창진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건국대 교수)은 “나로호의 비행 과정에 대한 데이터는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체 추적시스템에 저장됐을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숨기고 말고 할 것이 없다“며 “원인 분석결과도 양국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조사결과 러시아가 개발한 하단 로켓이 목표 고도인 196㎞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됐다면 궤도 진입 실패의 책임은 한국 탓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궤도 진입 실패 원인 중 ▲상단 로켓의 자세 제어 실패 ▲위성보호덮개 미분리 등은 모두 한국측이 기술 개발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반면 하단 로켓이 예정보다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을 경우 궤도 진입 실패는 러시아의 책임이 된다. 이 경우 러시아가 개발해 나로호에 장착한 하단 로켓의 적합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이번에 나로호에 제공한 하단 로켓은 2011년에야 자국 로켓에 적용할 예정인 신모델이다. 비록 지상 연소 시험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처녀 비행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외에도 양측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발사 연기 때마다 러시아가 자세한 이상(異常) 내역을 우리 연구진에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우리 측이 정확하게 필요한 2단 로켓의 추력을 예측, 설계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한·러 양측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나로호가 제대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원인을 본격 분석할 예정이다. 정부도 우주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별도 조사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책임 소재는 이 작업이 진행되면서 드러날 전망이다. 그리고 기술적인 책임이든 소통의 책임이든 책임 소재가 가려지면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이나 계약 이행문제 논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양국의 조사작업 결과를 본격 논란으로 불붙이는 데에는 양국 모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이다. 나로호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질 경우 한국 정부는 독자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러시아 역시 발사체 기술에 대한 신뢰성에 커다란 상처를 입어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백홍열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도 “나로호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성공적인 우주 개발사업의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며 “양국의 공동 조사가 상대방에 대한 '흠집 잡기'로 번지기보다는 정확한 원인 규명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