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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기억이나 할까 “ 8.18 판문점 “ 도끼만행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4. 10:10


북한의 판문점 ‘도끼 살해’ 만행 … 박정희 “미친 개엔 몽둥이” 분노

사진 속의 저 미루나무 한 그루가 발단이었다. 여름인지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나무의 잎이 무성해서 시야를 가렸다. 1976년 8월 18일 제5 관측소를 맡고 있던 미군들이 가지치기를 하러 갔다. “됐어. 그만 잘라!” “더 잘라!” 나무 아래에서 북한군과 미군의 언성이 경쟁적으로 높아졌다. 가지를 치던 한국인 근로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때 북한군 박철 중위는 시계를 풀어 주머니에 넣은 뒤 “죽여”라고 소리를 질렀고 난투극이 벌어졌다. 북측은 벌목용 도끼를 주워 보나파스 대위와 배리트 중위를 학살했다. 이 만행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살벌한 상황에서 미군이 카메라를 준비해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도 놀랍다.

사진의 반향은 컸다. 한·미 양국이 발칵 뒤집혔다. 박정희 대통령은 육군3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서종철 국방장관이 대독)에서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고 말했다. 포드 정부와 주한미군은 한때 미루나무 주변을 초토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숨을 고르고 우선 문제가 된 나무를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작전명은 ‘폴 버년(Paul Bunyan)’이었다. 폴 버년은 도끼 하나로 나무 81그루를 단숨에 자르고 로키산맥을 평지로 만든 미국의 전설적 영웅이다. 도끼를 응징하러 ‘도끼 수퍼맨’이 나선 셈이다. 미군이 8월 21일 오전 7시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을 때 ‘데프콘2’(공격준비태세)까지 발동됐다. 핵탑재가 가능한 F-111 전투기 20대가 미국에서 떴고 괌에선 B-52 폭격기 3대가 날아올랐다. 항모 미드웨이호가 중무장한 5척의 호위함과 함께 동해의 북한 해역으로 이동했다. 태권도 유단자인 한국 특전사 요원 64명이 돌아오지 않는 다리 근처에 배치됐다. 북한은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에 전투태세를 명령하고 ‘북풍1호(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미군들이 나무를 쓰러뜨렸다. 그때 비무장으로 작전을 수행하던 한국 특전 요원들이 갑자기 몸에 숨긴 무기를 꺼내 조립했다. 그들은 북한 초소 4개를 파괴하며 도발을 유도했다(상부의 은밀한 ‘응징’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군은 꼼짝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이 저항해서 전쟁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국은 최악의 경우 전술핵을 쓸 생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미루나무가 한반도 핵전쟁을 일으킬 뻔한 사건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은 33년 전 그날이다. 남북간 대치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