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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연장하면서 뜻 이루고 돌아간 북 조문단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4. 09:44


일정 연장·대화 의지…‘다 만나고’ 돌아간 북 ‘특사단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은 ‘조문단’ 그 이상이었다. 당초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해 2박3일간 서울에 머물러 만나는 모든 남측 인사들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하는 등 ‘특사’ 역할을 한 것은 결정판이었다.

조문단은 21일 오후 3시쯤 고려항공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 국회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김 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헌화하고 조문했다. 이어 국회의장실에서 김형오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김대중평화센터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위로했다.


공식 일정은 이 여사 위문으로 모두 끝난 셈이었지만 조문단은 이 과정에서 ‘서울행’의 ‘또다른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첫날부터 남측 인사들에게 “누구와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강한 대화 의지를 내보였다. 김기남 비서는 김형오 의장에게 “내일까지 여기 있는데 여러분을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희호 여사를 위로하는 자리에 배석했던 홍양호 통일부 차관에게는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이날 북측 조문단과 김대중평화센터 측과의 만찬에 배석했다. 조문단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였고, 시간은 ‘22일 오전’으로 정해졌다.

조문단은 방남 이틀째인 22일 이 대통령 면담 의사를 밝히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왔다. 김기남 비서는 김대중평화센터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배석한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에게 “대통령을 만나 의도와 진정성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건 부장은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왔다”면서 세 차례 ‘특사’라는 말을 하고, “누구든 만나서 모든 분야에서 톡 까놓고 솔직하게 얘기하자”고 했다. 김양건 부장은 이어진 현 장관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대통령 면담을 다시 희망했다.

대통령 면담에 대한 정부의 확답이 늦어지자 조문단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귀환을 하루 연장했고, 결국 23일 오전 9시부터 30분간 이 대통령을 면담했다.

전문가들은 조문단의 태도가 ‘무력시위→대화국면’으로 바뀐 북한의 대외전략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소극적인 남측에 대화 공세를 폈고 결국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북측의 적극적 전략이 일단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