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오늘 당신을 만난 데자뷰 (박선경) : 무심한 것들로부터의 행복

ohmylove 2008. 2. 14. 14:57

하루를 여는 시한편에 오셨습니다.

No. 9 0 5
2008년 2월 14일(목)


오늘 당신을 만난 데자뷰*


박선경
 



        전동차 유리문에 기대어서다
        남아버린 손자국
        어둠 속 당신의 얼굴은
        플라타너스의 살아 번지는 푸른 잎맥
        유리창에 비친 나의 얼굴위로
        당신은 신문을 보거나
        나의 등 뒤에서 고개 숙여 잠이든
        떠오르지 않는 얼굴
        나의 가슴을 관통하여
        뭉클 몸 밖을 빠져 나온
        아득한 유리문 밖, 안전선에서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침목을 따라 바삐 달아나는 표정들
        미로처럼 어둔 통로를 빠져나간 그 자리에
        길모퉁이 플라타너스
        나는 벌써 몇 번째
        당신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 데자뷰(deja-vu)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 이미 와 본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느낌이나 환상. 기억의 단편화가 심하여 다른 기억들과 연관을 맺기가 어려운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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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요.

대한민국의 상공을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면서
농촌 풍경, 무덤, 제철소, 바다 양식장 등
우리가 미쳐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
프랑스에서 전시를 하는 사진작가의 이야기였습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것은 다름아닌,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들,
우리가 숨쉬고 있는 터전들,
우리가 늘 곁에 두고도 무심한 것들,
이었습니다.  

:: 관련기사 ::
*
항공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한국 남해안 뷰티풀"
* 프랑스 작가가 하늘에서 촬영한 우리나라


항상 곁에 있으면서도,
알아채 지 못하는 것이 있곤 합니다.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풍경일 수도 있겠지요.
 
때로는 그렇게 무관심, 아니 무심한 것들로부터
마음의 행복과 삶의 진솔함,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무심한 것들로부터의 행복,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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