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수없이 많은 물고기 중에서 - 도종환

ohmylove 2007. 12. 6. 17:07

오늘의 좋/은/구/절

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
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새 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
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 법정 스님 수상집-<산방한담> 에서


수없이 많은 물고기 중에서

도종환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찾아냅니다.

수없이 많은 목소리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찾아냅니다.

오늘도 이 거리에 물밀듯
사람들이 밀려오고 밀려가고
구름처럼 다가오고 흩어지는 세월 속으로
우리도 함께 밀려왔다 흩어져갑니다.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먼 곳에 서 있는 당신의 미소를 찾아냅니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먼 길 속에서
당신은 먼발치에 있고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나 역시 작게 있지만
거리를 가득 가득 메운
거센 목소리와 우렁찬 손짓 속으로
우리도 솟아올랐다 꺼지고
사그러졌다가 일어서면서
결국은 오늘도
악수 한번 없이 따로따로 흩어지지만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수없이 많은 눈빛 속에서 당신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5분정도만 시간 내주세요.^^

사람 사이의 만남에는 항상 기대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사이, 우정을 나누는 친구사이, 동료사이,
그 어떤 사이라도
서로에게 무언가의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기대감이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나 응어리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한번쯤 눈감고 떠올리는, 그 어떤 사람의 얼굴이라도,
당신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면,
당신이 먼저 손을 내미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사람도 당신의 눈빛에서
아량과 편안함을 기대하고 있을테니깐요.

 

이병하 드림


* 이글은, 2005년 4월 30일(토) 844호로 발행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