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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읽어주는 남자] 나도 불온 서적이었다 "몽테뉴 수상록", 이성에 의지했던 불순분자

ohmylove 2011. 12.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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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불온 서적이었다 "몽테뉴 수상록", 이성에 의지했던 불순분자

 

 

“나는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 내가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결단성으로나 조심성으로나 건강으로나 미(美)로나 재산으로나 내 자신에 적합하도록 겁 많고 제한된 성장을 생각한다.” 이런 소시민다운-보로도 시의 시장을 지내기도 했던 당대의 지성인이었지만-글이 실린 책을 판매 금지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아니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내 집안일이나 사사로운 일을 말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말해둔다. 추호도 그대에게 봉사하거나 내 영광을 도모하고자 쓴 책이 아니다”고 소박한 집필 의도를 밝힌 책에 수정 명령을 내리는 것이 온당할까요.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 인문주의자 몽테뉴가 ‘가볍게’ 쓴 이 책을, 로마교황청은 “어떤 언어로도 인쇄할 수 없는” 금서목록에 올렸답니다. 몽테뉴가 죽은 지 84년이 지난 1676년 일이었습니다. 앞서 1581년에 교황청 신학교수가 기독교를 적대시한 4세기 로마황제 율리아뉴스를 옹호한 것, 이교도 시인을 칭송한 것, 어린이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해봐야 착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죠.


구교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리옹에선 칼뱅주의자들끼리 보기 위해 저자의 승낙 없이 신교에 비판적인 내용을 삭제한 ‘수정판을 내기도 했답니다. 신앙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주의자, “크세쥬?(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며 회의주의에 경도되었던 몽테뉴의 생각을, 당대의 권력층은 용납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사실상 에세이를 ‘발명’하고 이를 문학 장르의 하나로 키운 몽테뉴가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20년에 걸쳐 정리한 이 책은 이제 고전이 됐습니다.(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읽기 쉽지는 않죠. 솔직히.) 비록 분량이 많아 대부분의 경우 발췌 축약본을 볼 수밖에 없지만 지금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구절이 많거든요. 이를테면 “나는 진리가 누구의 손에 의해 발견되었건 환영하여 받아들인다. 그리고 진리가 아무리 멀리서 와도 유쾌하게 그 앞에 항복하며 무기를 벗어놓는다” 같은 구절은 이 시대 시비꾼들이 귀담아 들을 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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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기(권세) 도달하지 못할 것이니 욕이나 해보자.(어떤 일에 단지 결점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전적으로 욕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라도 결점이 없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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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몽테뉴 수상록

저자 : 미셸 드 몽테뉴 | 옮긴이 : 손우성 | 출판사 : 문예출판사

출간일 : 2007-03-25 | 페이지 : 269p 파일형식 : EPUB

 

 

 

 

이 글은 전자책 전문 브랜드 "메키아 (http://www.mekia.net)에서 제공하는 "e북 읽어주는 남자" 코너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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