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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읽어주는 남자] 선물하기 좋은 책 "나에게 주는 여행, 선물" :: 슬픔에게 주는 휴가

ohmylove 2011. 12. 2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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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따라 펼쳐진 해안선’ ‘영혼이 흐르는 강’ ‘사직서 쓰는 아침’ ‘내 안의 사막’…. 어떤가요? 시인의 감성으로 길어낸 우리나라 곳곳의 풍경입니다. 천수만, 동강 상류, 평창, 신두리 사구(砂丘) 이런 곳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째 쓸쓸하다고요?


시인은 책 머리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울고 싶은 사람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것보다 실컷 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힘들다면 실컷 울게 하기 위해 슬픔에게 휴가를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라고요. 글을 읽어 보면 꼭 슬픔을 삭이기 위해 혹은 덜어내기 위해 찾은 기록만은 아니지만 묘하게도 처연함이 느껴집니다. 시인의 발걸음이 머문 장소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고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아픔을 다스릴 수 있는 곳”이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의 뒤를 따라 신두리 사구에 가볼까요?
“사막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내 감정이 너무 기름져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 엄살이 심해져 작은 상처에도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 그렇답니다.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기에 그는 서산 어름에서 바다 냄새를 좇아 신두리 사구에 이릅니다.


거기서 그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잊기 어려운 사람, 돌이킬 수 없었던 장면 등 기억의 한 보따리를 모래 속에 묻습니다. 그는 되뇌죠. “내 안에 이름 없는 모래 언덕이 하나 늘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견딜 만하다.” 뾰족한 땡볕 속에서 시린 바람을 맞는 것이 그에겐 자신의 맨얼굴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절망하려 ‘사막’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찾는 행위입니다. 그러기에 “사막은 더 나빠질 것이 없어서” 그에게 편한지 모릅니다.


여행은,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은 각별한 선물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여유일 수도, 일탈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우리는 여행보다는 방랑을 꿈꾸는 건지도 모릅니다.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때 여행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시인을 따라 책 속으로의 여행은 어떨까 싶네요. 책갈피에서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 이제는 절판이 된 책을 만날 수 있는 e북만의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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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는 바람이 만든 것이다. 바람이 모래를 몰고 와 이곳에 부려놓은 것이다…모래는 손으로 쥐어 보면 스르르 새어나갈 정도로 가늘고 곱다. 무거운 것은 버리고 가벼운 몸만 바다를 건넜을 것이다. 멀리 가자면 가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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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에게 주는 여행 선물

저자 : 전윤호 | 출판사 : 랜덤하우스 | 출간일 : 2006-07-21 | 페이지 : 198p 파일형식 : EPUB

 

 

 

책소개

시인 전윤호의 마음을 달래는 여행 에세이. 사람들에게 치이고, 상처 받고, 상처 입히는 세상에서 잠시 떠나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가 절실할 때, 고민을 툭툭 떨쳐 버리고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우리는 떠나고 싶어하고, 자연스럽게 여행을 떠올린다.



이 책은 그럴 때 문득 떠날 수 있는 여행지들만을 골라 담고 있다.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임진강, 청계산, 영종도, 오이도, 동해 등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관광객에게 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가기보다는 혼자 가는 곳이 더 좋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여정이다.



저자는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풍경들과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잊어버리고 살아온 살의 보물섬에 대해, 스쳐 지나면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일상 속 휴식처에 대해, 사막의 풍경을 보면서 희망을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잔잔한 글, 책 곳곳에서 흐르는 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등은 삶의 의미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 달랜다.

저자소개

전윤호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현대문학에 시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순수의 시대》,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연애소설》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한국판 어린 왕자》 등이 있다.

목차

슬픔에게 주는 휴가 - 혼자 떠나는 여행

괭이갈매기가 날아오를 때 - 기억의 바다 저편, 울릉도

상처를 따라 펼쳐진 해안선 - 천수만

영혼이 흐르는 강 - 가수리 가는 길

언제나 따뜻한 피란처 - 강화도

사랑의 슬픔에 북받치거든 - 만항재

화석으로 남은 그림자 - 화성

과거로 들어가 이별을 통과하다 - 임진강

사직서 쓰는 아침 - 평창

세상과 절교하고 싶을 때 - 청계산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 청계천

왠지 슬픈 이름 - 영종도

떠도는 섬 - 오이도

왕과 반역자가 마주 보고 선 거리 - 전주 한옥마을

진주성이 지키는 것 - 진주성

도솔천, 무심한 풍경, 짧은 인생 - 고창

동해에서 길을 잃다 - 동해

내 안의 사막 - 신두리 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