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팔베개 노래 - 김소월

ohmylove 2007. 11. 18. 11:42



No.8 4 0
2005년 3월 28일(월)

오늘의 좋/은/구/절

 

봄맞이꽃 앞에 앉아 희고 작은 꽃잎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이토록 작은 것들이 이렇게나 예쁘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 추운 겨울 꽁꽁 언 땅속에서 얼어 죽지 않고
살아 이 여린 꽃을 피우다니 장하기도 하지.
다시 일어나 걷다 뒤돌아보면 어느새 노란 꽃다지꽃이
봄바람 속에 종종종 따라온다.

김용택 산문집 '인생'중에서

팔베개 노래

김소월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 되지요.

날 긇다 말아라
가장님만 님이랴
오다 가다 만나도
정붙이면 님이지.

화문석(花紋席) 돗자리
놋촉대 그늘엔
칠십년 고락을
다짐 둔 팔베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룻밤
빌어얻은 팔베개.

조선의 강산아
네가 그리 좁더냐
삼천리 서도(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삼천리 서도를
내가 여기 왜 왔나
남포(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 뒷산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집 가문에
시집 가서 사느냐.

영남의 진주(晋州)는
자라난 내 고향
부모 없는
고향이라우.

오늘은 하룻밤
단잠의 팔베개
내일은 상사(相思)의
거문고 베개라.

첫닭아 꼬끼요
목놓지 말아라
품속에 있던 님
길채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금강 단발령 (金剛 斷髮嶺)
고갯길도 없는 몸
나는 어찌 하라우.

영남의 진주는
자라난 내 고향
돌아갈 고향은
우리 님의 팔베개.


 5분정도만 시간 내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소월 팔베개의 노래


새벽에 비가 내리고 있음을 직감할 땐,
간혹,
잠을 설쳤는데,
잠을 설칠 때마다
내가 빗소리를 좋아했는데...하는 푸념을 내뱉곤 합니다.

좋아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  귀찮은 것, 혹은 피하고 싶은 것들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꽃을 보고 싶은데,
기껏해야 인터넷 혹은 가까운 식물원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밤늦게 운동한답시고
공원을 몇바퀴 돌 던 몇 개월 전엔
닫혀진 식물원의 창가에서
꽃들을 볼 수 있었는데.

꼭 봐야될 것들은,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병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