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나, 덤으로 - 황인숙

ohmylove 2007. 11. 13. 17:30



No. 8 2 8
2005년 1월 19일(수)

오늘의 좋/은/구/절

 

저는 우리 주님이 쥐고 있는 몽당 연필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연필을 자를 수도 있고 깎을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무언가 쓰고 싶으면 쓰시고
그리고 싶으면 그리실 겁니다.
멋진 그림을 보거나 감동적인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미술 도구나 연필을 칭찬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해서 작품을 만든 사람에 대하여 감탄합니다.

마더 테레사

나, 덤으로

황인숙

나, 지금
덤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만 같아
나, 삭정이 끝에
무슨 실수로 얹힌
푸르죽죽한 순만 같아
나, 자꾸 기다리네
누구, 나, 툭 꺾으면
물기 하나 없는 줄거리 보고
기겁하여 팽개칠 거야
나, 지금 삭정이인 것 같아
핏톨들은 가랑잎으로 쓸려다니고
아, 나, 기다림을
끌어당기고
싶네.

 

추위를 예상하고,
옷매무새를 고쳐입었는데,
창가로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나 따사로울 때,
그때는 잠시 숨을 돌리세요.

자신이 덤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감정이 담긴,
스트레스와 피곤이 담긴
투정정도에 머물지도 모릅니다.

나와 관계된 네트워크,
일상과 일들,
사람과 희망들을 햇살 아래서 떠올리면,

난 덤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살고 있음을 조금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군요.

별똥별처럼
잠시 별자리를 일탈하여 자유를 맛보는 것도 좋겠으나,
당신은 당신이 살면서 이루어놓은
당신만의 별자리에서 오롯이 빛나는 것이,
더 아름답거든요.

당신이 만들어 놓은
당신만의 별자리에서 빛나주세요.


이병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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