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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너머남촌] '산너머 남촌에는' 해는 저물어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ohmylove 2012. 2. 27. 20:21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너무도 컸던 탓일까. 차마 끝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지 정작 최종회는 개인적 사정 때문에 본방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러 가고 최후의 에피소드도 특별하게 꾸며지지 않고 평소와 다름 없이 오전 9시에 시작되어 담담하게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다. 최종회의 시작은 종가집 길선네에 드리워진 가족 해체의 위기였다. 탁하기만 한 도시와는 달리 하늘을 항상 푸르기만 하고 드넓은 평야에 드문 드문 집들이 위치한 농촌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이 삶의 여유가 넘쳐난다. 필자도 그랬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시골의 여유조차 열정을 막는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종가집 둘째아들 재곤네도 그러하였다. 우체국에 근무하는 정미에게 서울로 전근갈 기회가 주어지고 딸인 선아의 교육과 된장 사업의 대리점을 핑계로 서울로 떠나려는 재곤이 종가집 할머니 길선에게는 이별의 아쉬움이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아직은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나의 얕은 지식으로 나이가 들고 늙어 간다는 것은 이별이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제도 밝게 웃으며 만났던 친구가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떠났다는 충격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늙는 것이 주는 두려움이다. 길선의 한명의 친구가 인사도 없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아들과의 예정된 헤어짐에 크게 상심해 있던 길선은 친구를 잃은 슬픔까지 더해져 결국 정신을 잃고 만다. 마음에 깊어진 상처로 인하여 좀처럼 기운을 회복하지 못하는 길선은 종가집의 예비 손주 며느리로 예약되어 있던 한의사 미정의 치료로 겨우 일어서게 되고 언제까지나 강건할것 같았던 어머니가 많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불현듯 알아 차린 재곤은 예정되었던 서울행을 포기하게 된다. 무엇보다 서울이란 도시의 화려하지만 그래서 더욱 차가운 불빛보다 희미해서 답답하지만 그래도 어머니 곁의 농촌에서의 삶이 더욱 따듯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희망의 메세지

여느 드라마의 마지막회처럼 '산너머 남촌에는' 에서도 막 뒤의 행복한 삶을 예고하는 희망의 메세지는 곳곳에서 던져진다. 오랜 시간동안 농촌의 그늘진 곳을 상징했던 늙은 총각 대식, 누구보다 간절했던 결혼에 번번히 실패하고 한때 한의사 미정을 연모했지만 높은 스펙의 차이로 좌절했던 대식씨이다. 하지만 얼마전 자신의 반쪽인 윤희를 만나 그 어느 신혼부부 보다 고소한 깨볶음을 만들어냈던 대식에게도 마지막 선물이 주어진다. 밤낮으로 먹을 것을 참지 못하여 살찌는 것이 걱정스러운 윤희에게 자신을 업어 줄 수 있도록 조금만 식사량을 줄이라 말하는 대식, 하지만 윤희에게 들어선 것은 단순한 살들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었다. 이미 아기 울음 소리 끊어진지 오래인 농촌에서 무엇보다 희망이 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기의 탄생이다. 그러한 역할이 농촌에서 조차 가장 소외된 삶을 살았던 대식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는 해의 아쉬움을 장식하는 붉은 노을이 된 것은 종수와 미정이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던 종수와 미정은 인연이라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오늘까지 왔다. 종수의 곁에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인 지애가 자리하고 있었고 종수를 향한 사랑을 숨길 수 없음에도 둘의 행복을 위해 종수에 대한 마음을 눈물로 끊으려 했던 미정이었다. 지애와의 갑작스런 이별에 아파하는 종수를 지켜주고 그의 마음에 생긴 어둠의 터널을 비추는 밝은 햇살이 되어 얼어붙은 동토의 땅이 되버린 종수의 마음에 사랑의 꽃을 피웠던 미정이었다. 미정이 좋은 사람이고 예쁜 사람이며 착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차마 함께 하자고 말하지 못하는 종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종수를 좋아한다는 그거에요. 그게 사실이고 진리고 진실이라고요.' 라고 말하는 미정은 종수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종수는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어 12세 관람가의 심의 기준에 맞게 미정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함으로서 미정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마지막이 되서야 사랑을 완성한 종수와 미정은 이제는 커튼이 내려지기에 언제까지나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해는 저물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지난 5년동안 211회를 이어온 '산너머 남촌에는' 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산너머 남촌에 떠올랐던 해는 그렇게 시간의 서산을 넘어 다른 곳으로 갔다. 솔직히 필자는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않았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의 고향도 농촌 마을이다. 그래서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그들의 삶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질감이 시청을 외면하게 하였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미정의 사랑이었다. 작년 어느 토요일 오후에 미정의 종수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는 출발점인 종수와 미정의 사랑의 끈이 된 호루라기가 등장하는 173화 '내마음의 도둑' 편을 우연히 시청하게 되면서 부터이다. 그 때부터 미정이라는 캐릭터에 중독되어 그녀의 사랑이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본격적으로 본방을 사수하게 되었다. 사랑의 연결점에서 갑자기 우정으로 포장되는 것 같아 깊은 시름에 빠져들기도 하였으나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이제 결실을 보았고, 앞으로 만들어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한데 이제는 끝이라니 석별의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기에는 5년이라는 시간은 지나치게 길고 중간에 많은 배우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하차하여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산너머 남촌에는' 도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위하여 펼쳐진 책장을 덮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종가집 며느리의 페이스 오프와 종수의 이혼, 가족과의 이별, 하이엔 어머니의 수술이 모두 배우의 중간 하차에 따른 뼈아픈 결과물 들이다. 이제는 새로운 인물로 시즌2를 구성하여 지상파 유일의 전원 드라마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시즌2에서 미정이라는 캐릭터를 이어가길 간절히 바랄 만큼 미련이 많이 남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시즌2는 시즌1처럼 방송시간을 제멋대로 변경하거나 편성의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특별방송에 때문에 가차없이 결방 처리되는 일이 없이 오랫동안 방송되었으면 한다. 덧붙여 프로그램의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콘팅'에서 고화질 서비스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안타깝다. 그렇지만 극은 끝나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나는 아직 젊으니 사랑에서 희망을 찾게 되고 이 드라마에서 매력 덩어리로 그려졌던 미정이라는 캐릭터를 이상형으로 삼아 그러한 사람이 인연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