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빌라리카 등반은 푸콘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야외활동 No.1. 삶이 이렇게 평온하기만 해도 되는 걸까. 갈등도, 상처도, 흔들림도 없는 날들이 고요히 지나가고 있었다. 지나쳐서 독이 되곤 했던 외로움마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일상은 평화로웠다. 간이 안 된 국처럼 싱거운 인생이라니. 한 번뿐인 삶을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내 유일한 무기는 타인의 슬픔을 알아채던 예민한 감정선뿐이었는데, 나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잡문에 불과한 여행기마저 써지지 않았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외로움이 나를 여기까지 몰고 왔음을. 외로움이 내가 가진 전 재산이었음을. 결국 이번 여행은 제 발로 뛰어든 셈이었다. 한밤중에 나를 서성이게 하고, 타인의 온기를 더듬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