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墨畵)의 여백 ◈ 남한산성 행궁에 들어가는 길목 쉼터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이 단체로 묵화를 치는데, 붓 한 자루 한 빛깔의 먹물로만 소나무를 그려내고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창조하고 있었다. 흰 종이 위에 담은 늠름한 소나무와 잔 가지들. 온통 검으죽죽하게 칠하는데 세밀화이지만 너무나 복잡하고 지저분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로고. 그렇게 많은 소나무와 잔가지 솔잎을 세밀하게 다 그리려고 애를 쓸 바에야 차라리 사진기로 찍으면 더 정확했을 것을. 묵화는 하나의 색깔을 더 세분하여 다양한 먹빛을 창조해 낸다. 그리고 붓으로 사물을 그려낸다. 내가 묵화를 치면 참으로 단순하게 치겠다. 이 세상 그 많은 소나무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해서 붓으로 쓰윽 그리거나 약간만 덧칠하면 족할 것 같다.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