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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love 2011. 10. 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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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초호화유람선 퀸 메리 2호

1조원짜리 화려한 해상도시 여행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하고, 가장 값비싼 유람선이 첫 항해에 나섰다. 지난 1월 12일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초호화유람선 퀸 메리 2호가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항했다. 이 유람선은 14일 간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해를 한 후 미국 플로리다의 포트로더데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호화로운 배 퀸 메리 2호의 처녀항해는 출발하기 전부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월 8일 열린 명명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직접 참석해 이름을 공식선언하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면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영국 여왕이 여객선 명명식에 참석한 것은 37년만의 일이다.

퀸 메리 2호가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또다른 이유는 전설적인 초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20세기초 가장 크고, 화려하고, 값비싼 유람선이었던 타이타닉호는 대서양을 횡단하는 첫 항해에서 빙하에 부딪혀 침몰해 버렸다. 그러나 퀸 메리 2호에 의해 씌어질 21세기의 전설은 비극으로 끝난 타이타닉호와 달리 화려함을 잃지 않을 전망이다.

바다 위에 떠있는 24층 아파트

퀸 메리 2호는 지금까지 인류가 건조한 여객선 가운데 가장 크다. 타이타닉호과 비교하면 어른과 아이의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타이타닉호는 높이 30m, 너비 28m, 길이 2백70m에 무게가 4만6천t이었다. 이에 비해 퀸 메리 2호는 높이 72m, 너비 41m, 길이 3백45m에 무게가 15만t에 달한다.

이 배가 얼마나 큰지 한번 가늠해보자. 높이는 우리나라 아파트로 치면 대략 28층 고층아파트와 비슷하다. 물속에 10m 정도가 가라앉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24층짜리 고층아파트가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셈이다. 길이의 경우 시내버스 35대가 일렬로 서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인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들과 견주어 봐도 10여m쯤 더 길다. 15만t이라는 무게는 승용차 12만대를 합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중량이다.

이 배에는 2천6백명의 승객과 1천3백10명의 승무원 등 총 3천9백10명이 탄다. 객실 수가 무려 1천3백10개이고, 화장실수를 세어보면 2천개가 넘는다. 2천5백km의 전선, 3천개의 전화기, 2만5천m2의 카펫이 들어가 있다. 배를 칠하는데 사용한 페인트만 해도 2백50t이 될 정도다.

이처럼 거대한 초호화유람선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유조선 등 다른 초대형 배와 마찬가지로 디젤기관에서 만들어진다. 디젤기관은 매연과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효율이 높기 때문에 큰배에 제격이다. 디젤기관으로 전기를 생산한 후, 프로펠러를 돌리고 배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제공하는 것이다.

이 배는 세계적 엔진제작사인 스위스 와실라에서 만든 20MW 선박용 커먼 레일 디젤엔진 4개가 장착돼 있다. 커먼 레일이란 요즘 디젤자동차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양의 연료를 분사해 주는 기술을 가리킨다. 그 결과 엔진 효율이 더 향상되고 오염물질 발생이 줄어든다.

퀸 메리 2호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최신 디젤기관을 사용하는데 만족하지 많고, 배출가스에도 신경을 쓴다. 배출가스에 물을 뿌려서 온도를 낮춰 오염물질이 많이 걸러지게 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특히 질소산화물은 높은 온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배출가스 온도를 낮추면 발생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퀸 메리 2호의 디젤엔진은 가스터빈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디젤기관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관리가 간편한 가스터빈도 2개 설치돼 있다. 결국 총 6개의 동력원이 있는 셈인데, 여기에서 총 1백18MW에 달하는 엄청남 전기가 생산된다. 이 양은 25만명의 주민이 사는 도시 전체를 밝힐 수 있는 수준이다.

생산한 전기는 추진기관으로 보내져 배가 앞으로 나가도록 한다. 퀸 메리 2호의 추진기관은 총 4개의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처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2개는 고정돼 있고 2개는 3백60°로 회전이 가능하다. 추진기관을 이처럼 만든 이유는 더 강력한 추진력을 주면서 동시에 더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퀸 메리 2호는 엄청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존 여객선에 전혀 뒤지지 않은 최고 30노트(시속 약 55km)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퀸 메리 2호는 영국의 해운기업인 쿠나드가 5억5천만파운드(약 1조1천억원)를 투자해 탄생한 배다. 유람선을 건조하는 일은 고속철도 떼제베(TGV)로 유명한 프랑스 알스톰의 자회사인 샹티에 드 라틀랑티크와 8백여개의 하청기업들이 맡았다. 프랑스 노르망디해안의 생 나자르에 위치한 초대형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는데, 건조작업에만 4천여명의 인력이 2년 동안 동원됐다.

극장에서 미술관, 파티장까지

퀸 메리 2호의 몸체는 앞부분이 뾰족하고 뒷부분은 거의 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뭉툭하다. 수면을 재빨리 가르면서 물결로부터 진행을 방해받지 않도록 유체역학적 측면을 고려해 모양을 만든 것이다. 배의 옆부분에는 마치 아파트처럼 승객들을 위한 발코니가 죽 늘어서 있다. 앞부분에 발코니가 없는 것은 한겨울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배의 진정한 자랑거리는 내부에 있다. 내부 공간은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배의 위쪽에는 승객을 위한 공간이 있고, 아래쪽에는 승무원을 위한 공간과 선박 자체를 위한 공간이 배치돼 있다. 물론 핵심이 되는 곳은 승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화려한 공간이다.

이 배에 탑승한 승객은 모두 바다 여행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유람선 자체가 대서양을 횡단하려는 목적으로 타는 교통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평양 발리섬의 리조트처럼 퀸 메리 2호는 대서양 위에 떠있는 움직이는 리조트라 생각하면 된다.

유람선에는 장거리를 오랜 시간 동안 항해를 하는 승객들을 위해 다양한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자동차 운전을 빼놓고는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배안에는 20개의 식당과 쇼핑공간이 있다. 1천1백석 규모의 극장과 영화관을 찾아 공연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을 찾으면 고가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5개의 수영장중 한곳이나 체육관을 찾아가면 된다. 도서관을 찾아가 책을 읽거나 플라네타리움에서 별자리 관측을 즐길 수 있다. 기분전환을 생각한다면 온천이나 파티장, 나이트클럽, 카지노가 반겨준다. 이와 같은 시설들은 땅위에서도 보기 힘들만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퀸 메리 2호 내부 곳곳은 사치스럽게 보일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화려함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샹들리에와 난간, 복도 등은 화려하면서도 고전적인 터치가 가미돼 있다. 예를 들어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처럼 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나선형태의 계단을 내려가 고급스런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최고의 물건으로 꾸며놓은 퀸 메리 2호 안에서 낯익은 상표를 발견 할 수 있다. 고급 중에서도 더욱 고급인 VIP실에서다. 바로 LG전자에서 만든 벽걸이형 PDP TV가 설치돼 있는 것이다. PDP TV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로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흔히 호화유람선은 해상호텔과 같다고 많이 표현한다. 규모나 시설, 그리고 서비스면에서 호텔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퀸 메리 2호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호화유람선을 압도하며 해상호텔을 넘어서 하나의 해상도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해상도시에서 여유를 즐기는 일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에 머물려면 무려 2만8천파운드(약 5천6백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바다도 내다볼 수 없는 안쪽의 가장 저렴한 선실이라고 해도 가격이 1천2백파운드(약 2백40만원)다.

조선기술의 결정체

타이타닉의 비극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퀸 메리 2호가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더욱이 불길한 전조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5일 마무리 공사 중 퀸 메리 2호와 부두를 연결하던 임시 현문이 붕괴돼 15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경하러 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한 현문이 붕괴한 것이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퀸 메리 2호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북대서양에 둥둥 떠다니는 빙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유람선의 바깥부분은 아주 두꺼운 강철판으로 만들어져 있다. 빙하 충돌을 견딜 수 있도록 강도와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강철판이다. 그래도 혹시 승객들이 배에서 내려야할 비상사태를 대비해 구명조끼뿐 아니라 구명보트가 마련돼 있다. 37개의 구명보트가 수면에서 27m나 높은 곳에 매달려 있다. 구명보트의 손상을 막기 위해 다른 호화유람선보다 2배 높은 위치로 옮긴 것이다. 테러조직의 불의의 공격에 대비해서는 대폭 강화된 보안 조치를 취하고 있다.

퀸 메리 2호의 등장은 호화유람선의 부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20세기초까지 배는 가장 핵심적인 장거리 교통수단이었다. 이 때문에 크기, 속력 등을 경쟁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배는 장거리 여객수송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현재 여객을 수송하는 대부분의 배는 비행기가 취항하지 못하는 단거리 노선에 주력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와 호텔을 능가하는 편의시설을 자랑하는 호화유람선은 휴양시설로서 경쟁력을 갖는다. 호화유람선을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는 하나의 낭만적인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불황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하는 호화유람선 사업은 요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존의 호화유람선보다 훨씬 고급스러워진 퀸 메리 2호의 등장은 초호화유람선 여행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앞으로 초호화유람선 산업의 발달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박 수주와 건조량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는 초호화유람선을 단 한척도 건조한 적이 없다. 초호화유람선은 다른 배보다 단가가 훨씬 높아 단 한척을 건조해도 자동차 수만대를 파는 것보다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조선기술의 결정체라 불리는 초호화유람선이 국내 조선업계의 숙원사업이 된 이유다.

초호화유람선은 승객을 위한 배인 만큼 무엇보다 편안하고 안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진동을 줄이는 방진기술을 비롯해 세심한 기술이 중요하다. 또 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유람선을 운행하는 회사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우리나라가 만든 세계 최고의 초호화유람선이 대양을 누빌 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