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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마라톤 코스가 엉터리?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22. 00:31


보스턴 마라톤 코스가 엉터리?


놀이할때 안전한 플라잉디스크, 부메랑, 원반, 스카 .ㆍ일방 코스·고도차 기준 안맞아 무타이 세계기록 공인 못 받아
ㆍ“기록 인정 안되는데 누가 뛰나”

42.195㎞를 쉼없이 달렸다. 전광판에 찍힌 시간은 2시간3분2초.

마라톤 세계기록이 다시 쓰였다고 생각되는 순간, 케냐의 ‘철각’ 제프리 무타이(30)는 보란 듯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걸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타이가 19일 열린 보스턴 마라톤에서 역대 최단기록인 2시간3분2초로 우승하고도 세계기록 공인을 받지 못해 눈물을 삼켰다. 보스턴 마라톤의 레이스 운영 방식과 코스의 경사도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명시한 세계기록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인 세계신기록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2008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3분59초.

제프리 무타이(케냐)가 19일 제115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결승 테이프를 끊기 직전 시계가 2시간3분01초를 가리키고 있다.


무엇이 IAAF의 기준에 맞지 않았을까. IAAF는 출발선과 결승선이 같은 순환코스를 선호한다. 2004년 9월부터 적용된 코스설계 규정에 따르면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 거리가 풀코스(42.195㎞)의 절반인 21㎞ 이상 떨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한 지점에서 출발해 42.195㎞를 쭉 달려 다른 지점에 골인하는 보스턴 마라톤 코스와 같은 구간에서 생산된 기록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IAAF가 순환코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출발선과 결승선이 다른 코스를 달릴 경우 도로 경사에 따라 선수들이 뒷바람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코스의 경우 내리막이 많은 데다 이날 보스턴에 초속 6~8m의 강풍까지 불어 기록 단축의 요인이 됐다. 무타이는 지난해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2시간4분55초를 무려 1분53초나 앞당겼다.

그럼에도 보스턴 대회 주최 측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코스를 바꾸지 않았다. 베를린, 시카고, 뉴욕 대회 등 세계적인 대회가 기록을 위해 코스를 바꿨지만 보스턴은 전통을 지켜왔다. IAAF가 순환코스 변경을 권고했지만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도시 보스턴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IAAF 기준을 훌쩍 뛰어넘은 코스의 고도차도 무타이의 역주를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한 요인이다. IAAF 기준에서는 출발선에서 결승선 사이의 고도가 42.195㎞의 1000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에 따르면 풀코스를 뛸 경우 출발선과 결승선의 고도차가 42m를 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보스턴 마라톤 코스는 출발선과 결승선의 고도차가 146m나 됐다. 내내 내리막길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한편 무타이의 ‘경이적인 기록’이 인정되지 않는 데 대해 국내 육상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황영조 대한육상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보스턴 코스는 업다운이 심해 무척 힘든 코스다. 결코 기록이 쉽게 나오는 곳이 아니다. 나도 1994년 그 코스에서 2시간8분9초를 기록했다”면서 “보스턴이 전통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개런티를 주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하는데, 그래서 이변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라톤 한국기록 보유자 이봉주는 대회 주최 측이 IAAF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 최고대회의 기록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선수가 여기에 출전하겠느냐”며 “기록 인정을 두고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