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 만에 안긴 엄마품 꿈만 같아”
ㆍ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친정부모 초청 행사
ㆍ필리핀 등 10개국 출신, 59가족 100명 눈물 재회
“정말 꿈만 같습니다. 엄마가 그리워서 혼자 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필리핀 출신 아날리나 루이즈(왼쪽)가 친정 부모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베트남 이주여성 루멘트니(30)는 18일 오후 1시 대구 북구 산격동 호텔인터불고에서 4년 만에 친정 부모와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루멘트니는 2006년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했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농사를 짓던 중 지난해 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농사일은 물론 4살짜리 아들과 시어머니(78) 부양도 그의 몫이 됐다.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나가면서 가슴 한구석에는 고향에 두고 온 부모 생각에 늘 마음이 편치 않던 차에 이날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주선으로 결혼한 뒤 처음으로 꿈에도 그리던 부모를 만났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친정부모님 초청 사랑나눔 행사’에 몽골,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10개 나라 출신 이주여성 59가구의 친정가족 100명을 대구로 초청했다. 남편과 사별했거나 이혼한 가정과 폭력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들의 친정 부모를 우선 초청했다. 이국 땅에서 이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1998년 필리핀에서 시집 온 말셀리는 이주 초기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눈물의 나날을 보냈다고 울먹였다. “몇 번이나 가출했고 자살도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로 참고 지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참아왔습니다.”
그는 지금은 대구 수성구의 한 자치센터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행히 남편 폭력도 차츰 수그러들었고 딸 둘(10, 9살)의 재롱을 보며 웃음을 찾고 있다. 14년 전 울릉도로 시집 온 버지니아 벨다(52)도 어머니의 품에 안겨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6년 만에 부모를 만난 필리핀 이주 출신 아날리나 루이즈(31)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2004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후 처음 만난 친정 부모였다. “하루라도 부모님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방문길 여비 등이 만만치 않아 엄두를 못냈죠.”
이주 여성과 친정 부모들은 18일부터 3박4일간 인터불고호텔에서 숙박하면서 대구·경북 관광에 나선다. 이번 행사는 아진산업 서중호 대표(51)가 경비 일체를 지원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대표는 “한국에 시집 와 남편과 이혼, 사별하거나 남편의 폭행, 알코올 중독 등으로 고생하는 이주여성이 많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부 지원도 이들 가정에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
기사 출처 : [제클뉴스]
http://news.zecl.com/news_view.php?bo_table=m6&wr_id=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