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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의 여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6. 10:47



ㆍ북, 의미 부각 - 美는 신중… 일부 “낙관 이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1박2일로 짧게 마무리됐지만 향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긴 파장을 남길 전망이다. 북한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을 맞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억류 중이던 여기자 석방 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과시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일행에게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매체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 사실과 내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이례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특사 조치에 “사의를 표시하며 두 나라 사이의 관계 개선 방도와 관련한 견해를 담은 버락 오바마 미 합중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만났다면서 이러한 “상봉들에서는 조·미(북·미) 사이의 현안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됐으며,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전했다. 이번 방북의 정치적 의미를 한껏 부각시킨 것이다.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미관계와 관련된 중대한 제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간접대화’를 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의 새로운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따라붙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물어다 주지는 못한다”면서 “북핵 문제가 김 위원장과 미국 전 대통령의 만남으로 당장 극적인 전기를 맞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 재개 등 현실적인 조치로 이어지기 위해선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역시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자 석방과 북·미 간 정치 현안은 철저히 별개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조정관이 러시아와 대북 제재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이행 방안을 성공적으로 협의했다는 점을 강조해 대화보다는 제재에 무게를 뒀다. 비핵화를 위한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북한과 대화할 수 없으며 북·미 대화도 6자회담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미국 내에선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정치 선전화한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수매체와 존 볼턴 전 유엔대사 등 미국 내 강경파들은 클린턴의 방북을 “김정일 위원장의 입지를 강화시켜준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제재와 추가 위협으로 대치해오던 북·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조만간 양측이 또 한 번 접점을 이룰 수 있는 후속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외교소식통은 “대화 국면은 결국 북·미 양자대화로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150일 전투를 끝내는 9월 중순쯤 대화가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