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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김정일,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5. 18:35



기다란 대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먼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석방해줄 것을 요청한 다음 김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여기자들의 신병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우선 북미간 현안들에 대해 얘기를 꺼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자 2명을 석방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김 위원장의 “현안 문제들“에 관한 언급에 응대한 끝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에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수정된 헌법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국방위원회로 이관된 특사권을 발동, 면담 배석자를 통해 여기자들을 석방하라고 지시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시하며 북미간 “관계개선 방도와 관련한 견해를 담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다.

북한 당국이 5일 새벽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의 결과를 종합정리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보도'의 기술 순서에 따른 김정일-클린턴간 대화 진행 모습이다.

실제 이대로 진행됐는지, 아니면 북한 당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보도'가 전한 '클린턴의 사과 및 석방 요청 → 북미간 현안 논의 → 김정일의 특사 명령 → 클린턴의 사의 표명 및 오바마 구두 메시지 전달'이라는 순서는 철저한 '주고받기'식 대화 모습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간 치열한 신경전도 읽혀진다.

북측의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요청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즉 여기자들에 대한 특사라는 '선물'을 바로 내놓지 않고 먼저 북미관계의 악화와 대북제재, 핵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한 북측의 입장부터 설명한 것이다.

북측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자격과 목적을 개인 차원과 여기자들 석방 문제로 제한한 것을 염두에 두고 대화 전략을 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석방 요청에 즉각 응했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화 범위를 가능한 좁히고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선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들인 실제 목적, 즉 북미관계에 대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부터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선 여기자들 문제부터 해결을 보고 싶었겠지만 김 위원장이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끝까지 들어보며 응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원칙은 자신은 물론 오바마 행정부의 원칙이기도 하니 “견해 일치“를 이루는 데 문제가 없다.

마침내 김 위원장이 여기자들에 대한 특사를 지시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깊은 사의를 표시하며“ 준비해 뒀던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 방도와 관련한 견해를 담은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북한측의 '보도'는 주장했다.

그러나 5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북한 당국의 '보도'에서의 이러한 순서는 전날 오후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방송들이 뉴스로 전한 순서와 다르다.

전날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하자 김 위원장이 “이에 사의를“ 표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한 다음 “진지한 담화“를 했으며 “접견에서는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는 순으로 소개했다.

'구두 메시지'의 전달이 현안들에 대한 담화의 전과 후로 달라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두 '구두 메시지'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으며, 심지어 미국 정부측은 '구두 메시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북한 방송들이 말한 '구두 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이에 사의를“ 표했다는 것으로 미뤄 안부 인사일 수도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이 5일 새벽 내놓은 '보도'에서 말한 '구두 메시지'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 방도와 관련한 견해를 담은“ 것이라는 비교적 구체적 설명이 달려 있어, 미국 백악관이 4일 “그런 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을 재반박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들 문제와 관련,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북한측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북한에 사과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등 미국측 설명은 북한측 '보도'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