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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세 할머니들의 '100만원 릴레이' 사랑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2. 18. 11:20



<광주 세 할머니들의 '100만원 릴레이' 사랑>


조건없이 받는 도움, 10년뒤 제3자에게 다시 전달

(광주복지 뉴스) 신재우 기자 = 광주 북구에 사는 세 할머니가 10여년의 세월동안 아무런 조건 없이 100만원을 주고받으며 노년의 사랑 나눔을 실천해 세밑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997년 조모(작고. 당시 73세) 할머니는 한복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이모(당시 69세) 할머니에게 1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성당 미사 때 매일 옆자리에 앉는 사실 외에는 이 할머니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하다는 말에 “우리는 함께 기도를 하는 사이가 아니냐“며 아무런 조건 없이 온정을 베풀었다.

그러나 얼마 후 조 할머니는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곧 사경을 헤매는 신세가 됐다.

조 할머니의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이 할머니는 당시로선 빌린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해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그러나 “저승길은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으니 조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어떻게든 사정 말씀을 드리라“는 주변의 조언에 그의 집을 찾았다.

무릎을 꿇은 이 할머니는 눈물로 사정했고 이에 조 할머니는 “내가 죽는 마당에 돈이 왜 필요하겠나. 나중에 돈이 생기면 다른 불우 이웃에 전해주라“고 당부한 후 며칠 안 돼 유명을 달리했다.

두 할머니의 약속은 하늘밖에 기억하는 이가 없었지만 이 할머니는 그 이후로 한시도 조씨와의 약속을 잊지 못했다.

그는 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며 바느질로 번 돈 일부를 차곡차곡 저축해 마침내 100만원을 만들었고 10년이 지난 올여름 조 할머니의 막내딸을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이 할머니를 맞은 딸은 그러나 “어머니의 뜻대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게 좋겠다. 10년이 넘은 약속을 지킨 것만으로도 감동이다“며 돈 받기를 극구 사양했다.

예상밖의 상황에 고민하던 이 할머니는 밤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며 힘겹게 사는 같은 임대아파트의 김모(80) 할머니를 도와주기로 했다.

동네에서 서로 얼굴만 겨우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부모도 없이 간질을 앓은 손자를 홀로 돌보며 병원비 고민을 하는 것이 11년전 어려웠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100만원에 얽힌 사연을 듣던 김 할머니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도움“이라며 고마움에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조건없는 사랑을 11년 세월을 지나 또 다른 이에게 돌려준 이 할머니는 “내 나이 이제 팔순인데 죽기 전에 은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