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시 한편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김선우) : 봄을 향한 그리움만큼.

ohmylove 2008. 2. 25. 14:30

하루를 여는 시한편에 오셨습니다.

No. 9 0 7
2008년 2월 25일(월)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 채집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가락을 함께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들 어여뻐
  아주 잊은채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데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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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는 아쉬움보다
봄의 그리움이 조금은 커질 이 무렵,

비 한줄기 내려,
잠시라도 마음 속 가뭄도 해갈되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화병(火病)으로 인해 화(火)를 부른다고 하는데,
어디 이 뿐 이겠습니까. 

사막같은 마음의 가뭄과 차가움 역시
많은 것들을 아프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따뜻한 그리움 한 조각,
있으면 좋겠습니다.

봄을 향한 그리움만큼,
내 마음이 그만큼, 
그만큼이라도 따뜻해 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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