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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뢰’ 상태로 쏟아져나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13. 08:37

어린이 놀이터에서 지뢰를 찾기 위해 대형 굴착기가 흙을 퍼 내고 있다(왼쪽). 지뢰 제거 작전에 투입된 한 탐지병이 M2A4 대인지뢰를 살펴 보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노곡교회 내 어린이 놀이터. 지뢰를 탐지하던 1 공병여단 소속 신승수 상병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지뢰탐지기와 연결된 헤드셋을 통해 ‘삐~삐’ 하는 경고음이 길게 울린 것이다. 조심스럽게 흙더미를 치우자 직사각형 모양의 금속물질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전차지뢰(M7A2)였다. 생김새가 도시락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민들은 ‘도시락지뢰’라고도 부른다. 바로 부근에서 M7A2 세 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어 ‘발목지뢰’로 잘 알려진 M14 대인지뢰도 발견됐다.
폭발물처리반(EOD) 김남석 준위는 “매설된 지 수십 년이 흐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뇌관 등이 부식되지 않고 그대로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통선 등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지뢰는 부식 등으로 인해 폭발 위험성이 낮은데 이곳은 ‘살아있는 지뢰’가 많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초반 묻힌 지뢰=한 달간 진행된 작전으로 놀이터에서는 매일 지뢰가 쏟아져 나와 39발이나 발견됐다. M7A2는 3~4발이 반경 1m 내에서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다. 6·25 전후에 많이 사용된 이 지뢰는 탱크보다는 작은 장갑차나 군용차량을 공격대상으로 운용되는 지뢰다. 이 놀이터에서만 M7A2가 29발 발견됐다. M2A4와 M14 대인지뢰도 7발·3발씩 발견됐다. 특히 M2A4는 원통에 들어있는 60㎜ 박격포탄이 치솟아 폭발하면 반경 40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치명상을 입는 지뢰다. 지뢰를 살펴보던 김남석 준위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1960년대 초반에 묻힌 지뢰인데도 여전히 파괴력을 갖춘 ‘살아있는 지뢰’이기 때문이다. 취재팀을 멀찌감치 물러나도록 한 뒤 EOD팀이 지뢰해체에 들어갔다. 김 준위는 “굴착기로 땅을 파다 지뢰에 충격을 주면 터질 수도 있는 상태”라며 “문화재 발굴보다 더 힘든 것이 지뢰제거 작전”이라고 했다.
◆지뢰 쏟아지자 주민들도 놀라=놀이터에 어떤 지뢰가 얼마나 묻혀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작전에 어려움이 컸다. 작전 과정에서 퍼낸 토사량만 15t 트럭으로 150대 분량이나 됐다. 폐비닐 등 생활쓰레기가 80㎏들이 쌀 마대로 50마대, 콘크리트 등 건축폐기물도 30t이나 나왔다.
지뢰탐지 작전을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날 때까지 지뢰는 단 한 발도 발견되지 않았다. 주민 중 일부는 “설마 어린이 놀이터에 지뢰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을 지키던 취재팀에는 구체적인 제보가 이어졌다. 마을 주민인 최철섭(57)씨는 “40여 년 전쯤 이곳에서 역삼각형 모양의 지뢰지대 표시판과 철조망을 분명히 본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세월이 흘러 교회 건물이 들어서고, 놀이터가 생기면서 차츰 지뢰의 존재는 잊혀졌다. 이 교회의 최병하 목사는 “설마 했는데 지뢰가 대량으로 발견되자 주민들도 무척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신문
기사 출처 : [제클뉴스]
http://news.zecl.com/news_view.php?bo_table=m5&wr_id=714